7월 11일(목) - 여행 6일 차
밤 늦게 까지 앰프를 틀어놓고 휴가를 즐기는 젊은이들 덕(?)에 잠을 설쳤다.
러시아 말이 통해야 나가서 조용히 좀 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할텐데-----
오늘은 미니밴을 타고 종일 알혼섬을 일주하는 날이다.
알혼섬은 바이칼 호수에서 가장 큰 섬으로 섬의 길이가 75km로 길쭉한 섬이다.
새벽 4시가 좀 넘어 동이 트기 시작하는 알혼섬 (일출시간 04:50 경)
09:00 호텔에서 미니밴을 타고 출발. 멋진 바이칼 호수가 가슴을 들뜨게 한다.
후지르 마을에서 알혼섬 최북단 하보이 곶까지 다녀오는 것이 오늘의 일정
사자섬과 악어바위가 멀리 보이는 뉴르간스크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강제수용소가 있던 빼시안카
죄수들이 강제노역으로 만든 바이칼 호수 물고기 '오믈' 통조림을 실어 나르던 부둣가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수용소가 있던 자리에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알혼섬의 주 이동수단인 '우아직'. 러시아 군용차를 개조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4륜 구동차
숲속으로 놓인 비포장 도로를 따라 하이킹!!!
숲 사이 길을 따라가며 야생화도 구경하고 때로는 사진도 찍고-----
썬글라스를 모자 위에 걸어놓고 걸어가다가 더워서 모자를 벗었는데 썬글라스가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썬글라스를 찾기 위해 혼자 Back!!!!!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를 떠난 썬글라스는 소식이 없다.
하이킹 출발지점 가까이에서 뒤쫓아오는 미니밴을 타고 일행에 합류.
물이 말라 멋진 무늬를 만들어 낸 도로
숲속에는 멋진 야생화들이 만발하다.
숲을 벗어나 초원 하이킹!!!
초원 옆 숲 입구에는 소규모 성황당도 보인다.
드넓은 초원
오늘 점심은 사냥꾼식으로 시베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을 할 때 산속에서 먹는 간편식으로
검은 빵과 야채 샐러드, 바이칼 명물인 '오믈'과 감자를 넣어서 끓인 스프가 주 메뉴이다.
미리 준비해 간 컵라면과 함께 숲속의 잔치가 벌어졌다.
식사장소에서 바라다 본 우주릐 마을
우주릐 마을은 호변가의 몽돌로 유명하기도 한단다.
알혼섬에서도 외진 우주릐 마을에는 20여명이 살고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풍력과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어 쓴단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고 하여 사랑의 언덕(하트 언덕)이라 불리운단다.
브리야트인들이 결혼 후 이 곳을 들러 사랑을 다짐한다고------
가운데는 신이 강림하는 곳이고, 왼쪽 바위에서 빌면 아들을, 오른쪽 바위에서 빌면 딸을 얻는단다.
이곳에도 작은 성황당이 있다.
하트 바위에서 내려다 본 바이칼 호수
알혼섬 최북단 하보이 하이킹은 최근 설치한 데크길부터
약 1시간의 하보이 하이킹 중에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의 세르게가 보인다.
하보이 최북단에도 작은 규모의 성황당이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색색의 천에 휘감겨 있다.
성황당 앞 돌 위에는 수많은 이들이 소원을 빌며 받친 돈이 쌓여있다.
알혼섬 최북단 하보이 곶
바위에 구멍이 뚫려있는 통천문. 저 문을 넘어가면 신세계가 펼쳐질 듯한 느낌!!!!
일행들보다 앞서 간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통천문에 올라섰다. 통천문 반대편은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호수
뒤늦게 온 가이드가 멀리서 찍어 보내준 사진
하보이 하이킹 중에 만난 샤머니즘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삼형제 바위가 있는 사간후슌
<브리야트 전설 1>
오래 전 알혼섬에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아버지에게 3형제가 있었다.
세상구경을 하고 싶어하는 아들들에게 아버지가 한 가지 조건(절대 죽은 고기를 먹지 말라)을 내세워 3형제를 독수리로 변신시켰다.
3형제는 너무 좋아 훨훨 날아다니며 마음껏 세상 구경을 다니다 배가 고팠다.
마침 이곳 하보이곶 주변에서 죽은 고기를 발견하고 배가 고파 고기를 먹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격노하여 3형제를 바위로 만들었다.
절제와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설이 아닐까?
<브리야트 전설 2>
바이칼신이 아들 3형제에게 도망친 앙가라공주를 찾으라고 했는데,
아들 3형제는 앙가라공주가 예니세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앙가라는 오빠들에게 '내가 집으로 소환되면 아버지로부터 큰 벌을 받을 것이니, 아버지에게 못 찾았다고 해달라.' 하였다.
오빠들은 앙가라가 불쌍하여 바이칼신에게 공주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고 말하였다.
바이칼신은 3형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고 대노하여 그들을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삼형제 바위 근처의 나무에도 소원을 빌고 형형색색의 천을 매달아 놓은 흔적이 있다.
삼형제 바위가 있는 사간후슌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알혼섬 일주는 끝이 났다.
후지르 마을로 돌아 오는 길. 알혼섬에는 포장된 도로가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흙먼지를 피하기 위해 빨리 창문을 닫아야 한다. (차내 에어콘 없음)
호텔로 돌아와 저녁식사. 인솔자가 준비해 온 깻잎 짱아치가 입맛을 돋구었다.
20:30 호텔 마당에 있는 쉼터에서 가이드 Mr. 문이 만남의 시간을 주선
이번 여행 동행자 19명과 인솔자, 가이드 21명이 둘러 앉아 맥주와 보드카로 대화의 시간을 나누었다.
호텔 마당을 오가던 고양이가 문이 열린 사이 우리 방으로 들어와 욕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인간과 고양이가 교감하는 자연 친화적 환경이라고 해야 하나?
알혼섬은 길이 72km, 폭 15km로 제주도의 1/2 정도의 크기. 바이칼 호수의 섬 중 유일한 유인도
알혼은 '작은 숲 또는 메마른'이란 뜻으로 알혼섬의 자연환경을 대변하는 용어인 것 같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수 많은 전설이 깃든 성스러운 곳, 샤머니즘의 성지,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뿌리
브랴트족의 고향인 알혼섬을 상징하는 말들이다.
알혼섬에서의 2박 3일이 끝나간다.
모든 도로가 비포장이어서 우리에게는 불편함을 주지만, 그것이 이 섬의 매력(?)이 아닐까?
온 종일 흔들리는 미니밴에 몸을 맡기고, 적당히 흙먼지와도 친해진 하루!
여러가지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하루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바이칼 호수!
세계에서 가장 깊은 내륙호로 최고수심 1,620m, 길이 636㎞, 평균너비 48㎞, 면적 3만 1,500㎢이다.
지표상에 있는 담수의 약 1/5을 수용하는 이 호수로 336개의 하천이 흘러들어온단다.
그러나 호수 밖으로 나가는 수로는 이르쿠츠크 시내를 관통하는 앙가라강 하나 뿐이란다.
수심이 깊을 뿐 아니라 물도 맑아서 물밑 가시거리가 최고 40.5m나 된다고-----
바이칼 호수가 현재의 모습으로 오염되지 않고 유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외여행 이야기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톤헨지, 바스 (잉글랜드) (0) | 2023.08.25 |
---|---|
이르쿠츠크 2 (러시아) (0) | 2019.07.25 |
바이칼 알혼섬 1 (러시아) (0) | 2019.07.19 |
환바이칼 관광열차 (러시아) (0) | 2019.07.16 |
이르쿠츠크 1 (러시아) (0) | 2019.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