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만종'에 얽힌 이야기
저녁 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한 가난한 농부 부부가 고개를 숙인채 먼 곳에서 들리는 종소리에 맞춰 삼종기도(Angelus:하루 세 번 아침 6시, 정오, 저녁 6시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캐다가 만 감자가 바닥에 흩어져 있고 멀리 보이는 성당이 정지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장 프랑수아 밀레가 그린 명화 '만종(晩鍾)<저녁종>'은 프랑스의 자랑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백화점 소유주였던 알프레드 쇼사르가 80만 프랑에 이 작품을 구입해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한 후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었던 '만종'은 값을 매긴다는 게 불가능한 보물이다. 그러나 작품이 처음 만들어진 1850년대 당시 밀레는 물감을 살 돈조차 없는 가난한 화가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화상 아르투르 스테반스가 그림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1000 프랑을 지원했다. 이 1000프랑으로 탄생한 그림이 바로 '만종'이다. 이렇게 탄생한 '만종'은 100년 만에 80만 프랑 값어치로 뛰었고 지금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보물이 됐다.
루브르에 돌아오기 전 '만종'은 미국 아메리카 미술협회에 팔렸다. 프랑스 측은 국회와 행정부는 물론 모금활동까지 벌여가며 '만종'이 미국에 팔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부자나라 미국을 당할 수는 없었다. 프랑스가 자존심이 상한채 주저앉아 있을 무렵 백화점 재벌 알프레드 쇼사르가 미국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만종' 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쇼사르는 이 그림을 개인 자격으로 소유하지 않고 루브르에 기증했다. 예술의 가치를 알아본 쇼사르가 없었다면 '만종'은 지금쯤 미국 어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이삭줍기'와 더불어 많이 알려진 그림 중 하나이다. 그림을 보면 하루 일을 마치고 농부 부부가 성당의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평화로운 그림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그림에는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농부 부부가 바구니를 밭 밑에 놓고 기도하고 있고 그 바구니에는 감자씨와 밭일 도구를 담겨져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바구니에는 씨감자가 들어있던 게 아니라 그들의 사랑하는 아기의 시체가 들어있었다는 속설이 있다. 그 설에 따르면, 이 시대에는 대부분의 농부들이 배고픔을 견디며 감자 농사로 춘궁기를 이겨내야 하는 어려운 시대였는데……. 하지만 그들의 아기는 영양부족으로 생명을 잃는다. 죽은 아기를 위해 마지막으로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만종'이었다고.
그럼 왜 그림 속의 아기가 사라졌을까? 전시회를 앞두고 이 그림을 본 밀레의 절친한 친구가 큰 충격과 우려를 보이며 아기를 넣지 말자고 부탁을 했고 그래서 밀레는 고심 끝에 아기 대신 감자 바구니로 덧칠하여 전시회에 출품했다.
그 얘기가 더 발전해서 현대 스페인의 쉬르레알리즘의 대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이 속설에 등장한다. 밀레의 <만종>을 보면 누구라도 신성한 노동 후의 고요한 정적과 평화를 느끼게 되는게 상례인데, 그러나 이 그림을 보고 꼬마 달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맛보고 그 불안감이 얼마나 집요하게 그의 뇌리에 들러붙어 있었던지 달리는 오랫동안 그 까닭을 알아내려 했고,
그에 관한 책을 쓰게까지 되었다.
그는 밀레의 <만종>에 그려진 감자자루 대신에 어린아이의 관을 꿰뚫어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수십 년 후, 이러한 그의 투시력은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정확한 관찰이었음이 밝혀졌다고……. 루브르 미술관이 자외선 투사작업을 통해 그 감자자루가 초벌그림에서는 실제로 어린아이의 관이었음이 입증되었다는 설이 생겨났다는데 그 진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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