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1일(월) - 남파랑길 7차 여행 제 2일차
남해군 서면에서 아침을 맞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해의 모습이 기지개를 편 나에게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 같다. 서울에서 준비해간 식재료로 아침식사를 하고 가천의 다랭이마을로 향했다.
다랭이마을은 손바닥만 한 논이 언덕 위에서부터 마을을 둘러싸고 바다까지 이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45도 경사 비탈에 108개 층층 계단, 10제곱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것부터 1,000제곱미터에 이르는 것까지 680여 개의 논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길, 집, 논 등 모든 것이 산허리를 따라 구불거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곡선 위의 오선지 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다랭이 논은 이곳에 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주민들의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진 땅이다. 위정자나 지주들의 착취와 전쟁 등을 피해 오지 중의 오지로 이주한 가난한 농민들은 돌투성이의 가파른 비탈을 개간해 논으로 만들었다. 걷어낸 돌로 논둑을 쌓고 물이 쉬 빠져나가지 않도록 점토나 흙으로 마감했다. 모든 일이 사람 손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의 목표는 손바닥만 한 땅도 논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농민들이 힘들게 만든 다랭이논이 지금은 멋진 관광자원이 되어 많은 이들이 즐겨 찾고 있다.
다랭이 마을에서 남파랑길 43코스가 시작된다.
해안의 가파른 절벽 위를 따라가는남파랑길에서 연속 상영되는 남해바다의 절경에 취한다.
바닷가 경치 좋은 곳을 펜션들이 다 점령한 듯 줄지어 있다. 저 많은 펜션이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붐빈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해를 찾아오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응봉산 자락으로 올라간다.
산길을 가면서 간간히 보이는 남해바다 풍경이 종종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호수와 같이 잔잔한 향촌항의 여유로운 모습에 내 마음도 절로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향촌 조약돌 해안을 지나 몽돌해수욕장을 지난다.
선구항 해안가 가드레일에 미역을 말리고 있다. 아마도 식구들이 두고두고 먹기 위함일 것이다. 고향을 떠난 자식들과도 나눔을 하기 위한 어촌의 따뜻한 정이 듬뿍 느껴진다.
선구항에서 다시 언덕을 올라가는 남파랑길
우리는 오솔길 대신 마을길로 돌아 언덕 위의 선구보건진료소로 올라갔다. 숨이 차 오를 때 뒤를 돌아보니 남해바다가 쉬엄쉬엄 가라고 얘기를 한다.
숲길을 빠져나온 남파랑길은 사촌 마을회관과 어민복지회관을 지나 사촌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사촌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산으로 들어가는 남파랑길.
이곳의 남파랑길은 마을과 해안가를 지나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마을과 해안이 계속 이어진다. 언덕길을 지날 때 보이는 바다 원경이 이 곳 남파랑길의 매력인 것 같다.
도로 한켠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 소와 당나귀가 속삭인다.
"어서 오이소. 언덕위까지 오느라 수고했어요. 다시 샛길로 해안가로 내려가세요."
남면 평산리 앞 삼여도가 보이는 작은 포구에서 해안가 기암절벽으로 안내되는 남파랑길.
바다 우측에 삼여도가 멀리 보인다.
멋진 기암절벽에서 숲속으로 들어간다.
유구항으로 내려와 지친 몸을 달래고 평산항으로 jump up!!
남파랑길 43코스 종점인 평산항에는 평산보건진료소 자리에 작은 미술관이 자리를 잡았다. 남해바라길 1코스 다랭이지겟길의 출발점에 위치해 트레킹을 시작하는 탐방객들이 잠시 머무르는 쉼터 역할도 하고, 지역작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항구, 언덕길, 항구, 언덕길을 반복하며 평산리 작은 미술관까지 왔다. 계속 반복되는 바닷가와 산길이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내 주변에 흔하면 그 절대 가치에 둔해지는가 보다.
남해 바라길 미술관에서 배지영작가의 '난데없는 여행'을 감상하고 43코스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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