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 DMZ 평화의 길 11차 여행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어제 밤새 내려간 기온 덕분인가? 연천군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아침 영하 1도였단다. 가을인가 했더니 벌써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천천히 와도 좋으련만----.
민족의 화합과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작품으로 연리지 나무와 겨울 철새 두루미를 형상화 한 임승오 작가의 '사랑과 만남' 이 나그네를 맞는 연천군 두루미테마파크에서 오늘의 여행을 시작한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오늘의 여행길을 축하해 준다.

연천 맑은 물 관리사업소를 지나 담장을 따라간다. 철조망을 두른 담장의 포장막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담장을 지나니 포크레인이 길을 막는다. 기사님의 공사중이라 통과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부터 여정이 꼬이기 시작한다.


돌아돌아 가다보니 옥녀봉 그리팅맨이 시야에 들어온다.



먼 이곳까지 왔는데 그리팅맨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옥녀봉 정상(해발 205m)에 오르니 공손히 인사하는 Greeting Man이 우리를 반긴다. 유영호 작가의 조각상으로 2016년 봄에 설치되었단다. 15도 각도로 고개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서로에 대한 배려, 존중,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단다.

유영호 작가가 쓴 글이 조각상 옆에 세워져 있다.
나는 그리팅맨입니다. 제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사를 할 때 행하는 자세입니다. 인사는 모든 관계의 시작입니다. 만일 우리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인사 없이 지나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면 관계가 만들어지고 친구가 됩니다. 인사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 국가와 인종의 벽을 넘어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작점이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인간적이고 문화적인 행위입니다. 나아가 자연, 우주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과의 관계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2012년 한국으로부터 지구의 정 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처음 세워져 우루과이 사람들에게 인사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있으며, 한국의 양구 해안 마을과 제주도 서귀포에도 서 있습니다. 2016년 1월 태평양과 대서양과 북미와 남미를 이어주는 세계의 다리라 일컫는 파나마 운하로 유명한 파나마시티에서 문명교류의 역사를 기념하며 세계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멕시코와 페루, 브라질 등 북, 중남미는 물론 실크로드와 아프리카, 유럽 대륙에도 세워져 한국의 인사가 가진 겸손과 존중,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입니다.
이제 나는 한반도의 중심이자 선사시대로부터 우리 역사의 중요한 무대였던 연천에 왔습니다. 특히 제가 서있는 옥녀봉은 예로부터 신성시 되던 장소로서 옥녀봉을 차지한 자가 한반도를 지배한다는 역사적인 요충지이자 50만년 전 한반도에 사람이 살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땅입니다. 삼국시대 각축의 중심지로서, 현대 한민족의 비극이자 아픔이라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의 고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조국의 분단된 현실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남북의 화해는 서로가 진심으로 인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인사하는 마음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이자 세계인에게 전하는 인류 평화를 위한 강렬한 희망의 노래입니다.
옥녀봉에 서면 남과 북으로 조국의 산하가 파도처럼 펼쳐지고 사방으로 열려 거침없이 뻗어가는 장쾌한 기상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늘로 열린 명당 옥녀봉에서 다시 한 번 겸허한 자세로 인류와 우주를 향해 깊은 감사와 마음과 평화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팅맨이 있는 옥녀봉에서 바라다 본 풍경.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과 연천의 대표 명소 댑싸리공원이 조망된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알리는 이름 모를 나무의 빨간 열매가 강렬한 빛으로 시선을 유혹한다.

옥녀봉에서 하산. 코스를 벗어나 댑싸리 공원으로 향한다. 이 먼곳까지 왔는데 연천의 명소를 안 보고 갈 수는 없지 아니한가?

찬바람이 부는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임진강 댑싸리공원을 찾아왔다. 어제 밤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에 백일홍의 얼굴이 축 쳐지고 늙어버렸다. 아마도 추위에 얼었다 녹은 모양이다. 계절의 흐름 앞에 백일홍도 어쩔 수 없나보다.


흑백사진으로 보니 시들은 식물들의 모습이 감춰진다. 화려한 색깔보다 때로는 단순한 흑백이 더 깊고 그윽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붉게 물들어가는 댑싸리 속으로 들어가 가을의 남자가 되어본다.




보라색의 아스타 꽃밭이 붉은 댑싸리공원 한가운데서 존재감을 뽐낸다.


연천 삼곶리 돌무지무덤은 임진강변에 있는 백제의 무덤이다. 돌무지무덤은 시신을 안치한 무덤방(석곽) 위에 돌을 쌓은 형태로, 임진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규암제 강자갈로 만들었다. 임진강변에는 약 7km 간격으로 백제 돌무지무덤이 분포하고 있으며, 주거 유적과 함께 이 일대에 대한 삼국시대 백제 초기의 지배 양상을 보여준다.
돌무지무덤을 지키는(?) 청개구리의 모습이 앙증맞다.



버베나 꽃밭에서 아내가 아쉬움을 담아 가을과의 작별인사를 하는 듯 하다.

나무 밑에 자리한 백일홍이 서리의 공격을 피해 온전히 살아남아 방긋이 인사를 나눈다.

댑싸리공원을 둘러보고 먹거리장터에서 잔치국수와 해물전으로 오늘 점심을 해결했다

오늘은 연천의 명소를 즐기다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연천에 웬 도봉구 자연힐링캠핑장이????? 잠시 안으로 들어가니 항아리가 늘어선 세라비 한옥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저 많은 항아리가 카페 정원의 장식품일까? 아니면 장을 품고 발효를 하고 있을까?


평화의 길은 평화누리길을 따라간다. 옥계마을을 지나 산으로 들어선다.




산을 벗어난 평화의 길은 군남로로 연결된다.


누렇게 익어가는 콩밭을 지나 신망리역으로 향한다.


신망리역은 1956년 8월 21일 경원선 역원무배치간이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신망리역은 1면 1선의 선로로 승강장과 역사가 매우 좁은 것이 특징이다. 기차역과 동네길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비록 역원은 없지만 대신 주민들이 역원을 자처해 어느 역사보다 예쁘게 꾸며진 곳이었다. 때론 책 냄새가 폴폴 나는 시골 책방이, 때로는 공방과 미술관이 되어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곳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경원선 동두천역~연천역 구간 전철화공사로 통근열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으면서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아 폐허가 되고있다.


차탄천변을 따라 이어지는 평화의 길에 가을이 무르익었다. 나뭇잎뿐만 아니라 갈대숲도 이제는 가을을 떠나보내야 될 때가 가까워짐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이 빨리 오는 지역인가? 넓은 배추밭에 벌써 수확이 끝나 휑하다.

차탄천 건너 군부대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대광리에서 DMZ 평화의 길 13코스를 마감한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연천의 명소를 즐기다 보니 평화의 길에 소홀했던 것 같다.
내 머리 속에 연천이라는 곳이 접경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때문인지 연천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었다. 근래에 도로사정도 좋아지고 볼거리도 늘어나 연천이 접근하기 괜찮은 곳이 된 것 같다.
이제 연천 한 코스만 더 하면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 철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길이 얼어붙기 전에 한 코스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텐데---.
'걷는 이야기 > DMZ 평화의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DMZ 평화의 길 15-1코스 (철원 구간) (1) | 2025.11.05 |
|---|---|
| DMZ 평화의 길 14코스 (연천 구간) (0) | 2025.11.02 |
| DMZ 평화의 길 11, 12코스 (연천 구간) (0) | 2025.10.22 |
| DMZ 평화의 길 9, 10코스 (파주 구간) (0) | 2025.10.21 |
| DMZ 평화의 길 8-1코스 (파주 구간) (1) | 2025.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