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절절 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가 했더니
어느날 문득 우리 주위를 휘감아 도는 가을의 전령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을걷이에 바쁜 요사이
붉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의 변화조차도 무감각해졌나?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내가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망중한이라 했던가?
바쁜 중에서도 주위를 살피고 자연의 변화에서 작은 기쁨을 찾고 누려야 할텐데----
모처럼 집 주위에 머물고 있는 가을의 전령들을 마음으로 맞이했다.
그들은 벌써부터 와서 내가 알아주기를 무척이나 기다렸을 것 같다.
미안하다. 기다려주어 고맙다. 그리고 반갑다.
요사이 화단의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집 주위를 환히 비추고 있다.
지게를 진 농부와 아낙네가 구절초 사이 길로 가을걷이를 하러 가는 듯하다.
올해는 유난히 구절초꽃이 많이 피었다.
가끔 지나가던 이들이 멈추어서 구절초와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구절초를 찾아 온 벌
해국도 이곳저곳에서 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해국을 찾아 온 벌
용담꽃이 활짝 피었다.
용담의 꽃말이 '애수'와 '당신이 슬플 때 더 사랑을 느낀다'라고 하는데-----
내일은 벤치에 앉아 따끈한 차 한잔 하는 여유를 누려볼까?
단풍나무의 붉은색이 하루가 다르게 진해지고 있다.
참나무가 파란 하늘을 향해 노랗게 물든 팔을 들어 손짓하는 듯 하다.
벚꽃나무도 붉게 물들었고
바위 앞의 연산홍은 새빨간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주 잩은 색의 단풍도 예쁘지만,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이 때로는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붉게 물들어 가는 연산홍
연산홍마다 나름대로의 가을 옷 색깔이 다르다.
지난 목요일 여주에서 구해 온 인형들이 화단의 한 귀퉁이에서 재롱을 피우고 있다.
농부 아저씨! 배꼽 나왔어요!!!!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끼게 하는 요즈음
그래. 10월 중순이 되었으니 단풍이 우리를 유혹할 때가 되었지.
그들이 나의 눈을 유혹할 때까지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왜 몰랐을까?
내가 오히려 그들보다 빨리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도 있었을텐데-----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며 자연과 공감하는 내가 그립다.
주위를 둘러보고 즐기는 여유를 지닌 내가 되고 싶다.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읽고 답하는 내가 되고 싶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풍요로움을 가슴속 깊이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