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옛날 어느 곳에 효자가 살고 있었대요. 효자 아버지는 대개 아프잖아요. 이 효자 아버지도 병이 들어 약이란 약을 다 써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금강산에 명한 의사를 찾아가 처방을 요구했는데 도무지 말을 안 해요. 3일 동안 무릎 꿇고 울면서 처방을 요구하니 의사 말씀이 "어찌 한 사람을 살리려고 세 사람을 죽이노?" 그게 무순 말이냐고 다시 물어보니 세 사람의 생간을 삶아먹으면 낳는다고 합니다.
크게 낙담한 효자는 집으로 오는 길에 깊은 산을 넘어오다 쉬고 있는데 사람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버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효도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애기도 되고요. 그래서 사람을 잡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는 사람을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인데 흥얼흥얼 글을 외우는 선비가 입니다. "저런 점잖은 선비를 죽이면 큰 죄가 되겠지. 죄가 될 것은 이미 결심한 바이고 사람 중에서 선비가 최고이니 약으로 쓰면 더 좋을 거야." 선비가 가까이 오자 달려들어 죽였습니다. 죽이긴 죽였는데 간이 어디 있는지 몰라 배를 짝 가르고 소 간 비슷한 것을 꺼내어 기름종이에 쌓았습니다. 시체는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핏자국을 없애버렸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목탁을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스님이 염불을 하면서 옵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직계 제자인데 스님을 죽이면 나는 분명히 지옥행일 꺼야. 하지만 아버지를 살리자면 지옥행도 할 수 없지. 스님의 것은 효험이 더 있을 꺼야!" 스님도 죽여서 간을 꺼내어 유지에 쌓고 선비를 버린 벼랑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이번에는 머리를 산발하고 해해거리면 춤을 덩실덩실 추는 미친놈이 오고 있었습니다. "저런 미친놈도 약이 될까? 하긴 저거도 사람인데 약이 안될 까닭이 없지. 미친놈의 간은 안 된다고는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세 사람의 간을 유지에 싸서 잘 간수하고 벼랑 아래로 내려가 무덤을 만들어 세 사람을 묻어주고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삶아 드렸더니 거짓말처럼 낳았습니다.
어느덧 일년이 지나 세 사람을 죽인 날이 다가왔습니다. 효자는 아무리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한 행위지만 죄책감에 사로 잡혔습니다. 그렇다고 터놓고 불공을 드릴수도 없어 간단한 음식을 차려 묘지를 찾아가 한바탕 통곡을 한 다음 돌아오려는데 문득 보니 무덤위로 보지 못한 풀이 수북이 나있었습니다. 살펴보니 곡식 같은 낱알이 달려있고 마침 철을 맞아 누렇게 익어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나서 그것을 털어 보니 한말 정도가 나왔습니다.
돌아와 밭에 심었더니 이듬해에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밥을 지어 먹어보니 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되어 낱알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빻아서 가루를 내어 먹고 잘 빻아지지 않는 것은 모아서 쌓아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장마철에 썩었는지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먹었더니 기분이 아주 좋아 졌습니다. 이게 비로 술이란 겁니다.
그 곡식은 바로 밀인데 밀은 배를 갈려 죽은 사람의 원한이 사무쳐 위에서 아래까지 칼자국이 나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으로 술을 만들어 먹으면 죽은 세 사람의 혼이 차례로 찾아온답니다. 술을 먹기 시작하면 처음엔 선비의 혼이 찾아와서 점잖고 예의를 차릴 줄 압니다. 조금 더 마시면 선비 혼이 가고 스님의 혼이 찾아오는데 스님의 혼은 살아 생전에 부처님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불공드리던 습관이 있어 말을 많이 하며 한말을 되풀이 하고 먹기 싫다는 사람에게까지 억지로 권하게 됩니다. 그 정도로 그치면 다행인데 조금 더 마시면 스님의 혼이 가고 마지막으로 미친놈의 혼이 오는데 이를 곧 술주정이라고 한답니다.
술을 사랑하는 여러분! 술은 선비 혼이 가기 전까지만 적당히 먹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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