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가을엽서'에서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이하 생략)


11월.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며 앞마당을 지키던 단풍잎들

올 한해의 삶을 마감하고 자꾸 땅으로 내려앉고 있다.

 


11월 8일

밤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니 아침 찬 바람에 단풍잎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내려 앉았다.

젊은 시절 예쁜 단풍잎을 주워 책갈피 속에 간직하던 때도 있었건만

지금은 떨어진 단풍잎을 보면 계절의 흐름을 느낄 뿐.

 


앙상한 단풍나무 밑으로 빨간 단풍잎이 늦가을의 정취를 뿜어내고 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취꽃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

 


11월 15일   아침에 눈을 뜨니 밤새 첫눈이 내렸다.

가을이 미처 떠나가기도 전에 하얀 눈을 앞세운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가을걷이가 모두 끝난 밭에 뒹굴던 고춧대, 깨, 배춧잎 등 올해 농사의 자국을 지우기 위해

이웃집 친구에게 부탁하여 로타리를 쳤다. (11월 9일)

부서져 땅 속으로 들어간 작물들의 잔해는 내년에 또 다른 작물들의 밑거름이 되겠지.

 


로타리를 치고 나니 텅빈 밭이 왜 이리 넓게 느껴지는걸까?

 


밭 뒤쪽 한켠에 마늘을 심기 위해 비닐 멀칭을 하고

마늘 2접(마늘 알 약 1,200개 정도)을 심고 흙으로 살짝 덮어주었다.

 


추운 겨울을 잘 버텨내라고 제초매트를 덮어주었다.

내년 봄 날씨가 풀린 후 매트를 걷어내면 연두빛 새싹이 올라오겠지.

내년 여름에 마늘 열접은 거두어들일 수 있으려나?

 


김장이 끝난 후 그늘에 매달아 놓은 무 시래기와 배추 우거지

 


겨울을 맞기 위해 밭과 화단을 정리하기에 바쁜 계절

내가 다니는 성산성당 두촌공소의 입구와 화단 꾸미기 작업에 참여했다.

11월 5, 6, 10일 3일간 우리 공소를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에 근로 봉사

시골 성당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 이런 작업에 참여하실 분이 별로 없다.

60대 후반에 접어든 내가 노력 봉사를 하는 젊은이(?)에 해당하니---------

 


5, 6일 이틀간은 3명이 작업, 

10일(일)에는 미사에 참여한 신자분들이 동참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하늘의 둥근 비행기 궤적이 수고한 이들에게 마치 기적을 보여 주는 듯 하다.

 



11월 첫 주말에 김장축제를 하고 오늘까지 가을과의 작별을 위해 정말 바쁘게 움직인 것 같다.

겨울을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쁜 시기!

힘든 일에 능숙하지 못한 내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온다.

다음주에는 지방 여행 계획이 있어 강행군!!!!!!


더군다나 성당 일이 겹치는 바람에 더 바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경계석, 보도블럭 등 무거운 돌들과의 씨름은 나에게는 좀 무리였던 것 같다.

그래도 아름답게 변하는 공소의 모습을 보니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오늘 화단 정리와 밭 정리를 끝내고 집에 들어오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모든 일을 다 마친 후 비가 오니 참 다행이다.

내일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떠나 이곳저곳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홍천이여!   12월에 만나자!!!!!!!!!!



11월 18일(월)

밤새 비가 제법 많이 왔나보다.

계곡의 폭포물이 한여름같이 흘러내린다.



오늘 점심 때 모임이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있었다.

공원 입구의 길가에 식재된 남천에는 아직도 가을이 한참이다.


'홍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농사 준비  (0) 2020.04.07
밤새 눈이 내렸네요  (0) 2019.12.23
2019 김장 축제  (0) 2019.11.03
두촌면민 한마음대회  (0) 2019.10.12
고구마와 땅콩 수확  (0) 2019.09.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