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목) 경남권 성지 순례 여행 3일 차
부산 광안리 해변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08:30 경에 출발하여 약 한 시간을 달려 부산시 강서구 생곡동에 있는 조씨 형제 순교자 묘를 찾아갔다. 생곡 산업단지를 통과해 동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막다른 곳에 성지 안내석이 보인다. 마땅히 차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지만 우리 외에 다른 방문객이 없어 여유있게 순례할 수 있었다. 동네 골목길에 들어서기 전 넓은 곳에 주차를 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창녕 조씨 조석빈과 셋째 조석증 형제는 천주교로 개종한 뒤, 천주교 연구와 전교를 열심히 했다.
병인박해(1866년)가 일어나고 2년 뒤인 1868년 무진년에 두 형제는 가락면 상덕리 편도 부락에서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동래 아문으로 끌려가 배교를 강요하는 혹독한 고문을 당하지만 배교를 거부하고 끝까지 신앙을 증언하다가 김해읍 왜장대에서 참수당했다.
순교한 이들의 시신을 조씨 선산에 매장하려 하였으나, 사학죄인이라 하여 문중에서 반대하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웃의 배정문(배문한 신부 증조부)이 그의 집 뒤 언덕에 묻어 주었고, 이후 배정문의 후손들은 조씨 형제의 순교사실을 구전하고 묘소도 관리해 왔다. 1995년 부산교구 교구장인 이갑수 주교 집전으로 단장미사를 봉헌하였다.
묘소 주변의 십자가의 길 조형물은 최봉자 레지나 수녀가 조각한 조형물로 세워져 있다.
정삼품목(묘지 앞의 큰 나무)이 형제의 묘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 하다.
성지가 협소해 순례자 모임은 묘지 아래의 배문한 도미니꼬 신부 생가를 이용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수원가톨릭대 학장을 역임하기도 한 배 신부는 1994년 동해 앞바다에서 익사 직전의 사람을 구하다 살신성인하였다.
집 한쪽에 자리한 배 신부님을 기리기 위한 비석에는 신부님의 말씀이 새겨져 있다.
"순교의 피가 흘러흘러 나를 신자되게 하고, 순교의 한이 맺혀맺혀 나를 사제되게 하였다."
비석 후면에 새겨진 고 배문한 신부님께 바치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
바다 같은 사랑으로
평소에도 늘 바다처럼 살고 싶어
바다 노래도 즐겨 부르시던 그리스도의 사제
바다 섬처럼 묵묵하고 어진 일품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던 우리의 사제는
8월의 바닷가에서 태양보다 뜨거운 사랑으로 단숨에 타 버리셨네
이웃의 몫숨 구하시고 하얀 파도로 부서져 영원에 이르셨네
"완전히 타지 않고 연기만 내뿜는 불쏘시개가 되지 말고 제대로 타는 사랑의 불이 되라." 이르시던
그 조용하고 겸허한 가르침을 이젠 어디서 다시 들을까
바다 같은 사랑으로 세상을 살다 세상 떠나가신 잊을 수 없는 사제
그 깊고 푸른 사랑의 정신을 눈물과 함께 가슴 속에 묻네
우리는 오늘도 하늘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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