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11월 중순부터 약 2주 동안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
병원에서 선종하시고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님을 모셔드리는 일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모든 일을 앞장 서서 처리하고 정리해야 하는 나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2주일이었다. 아내와 두 딸네의 도움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다. 감사!!!!! 앞으로도 남아있는 문제들이 원만히 잘 처리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은 모처럼 할 일이 없다. 집에 앉아 있자니 멍해지고 가슴도 답답해진다. 기분 전환을 할 겸 집을 나섰다. 11월 들어 한번 가 보려고 했던 포천시 산정호수로 향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내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듯 하다.
파란 하늘과 시원한 호수물을 보니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늦가을의 호숫가에는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가을이 떠나감을 아쉬워하는 마지막 단풍잎이 호수의 파란 물과 대비된다. 지상의 따쓰함이 호수의 찬물 속으로 빠져드는가 보다.
산정호수 둘레길은 약 3.2km로 한 시간 안에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수변길과 데크길은 누구나 쉽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오래된 나무들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호수쪽으로 머리를 기울이고 있다.
호수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마을이 반영되어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호숫가의 갈대가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이젤 모양의 포토존과 쓰러진 나무를 이용해 만든 동물 조형물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드넓은 호수와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가슴속의 답답함을 씻어내 주는 것 같다.
산정호수 전망대 옆에 금년 10월에 설치된 "#산정100"이 새롭게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산속의 커다란 우물'을 의미하는 산정호수 축조 100주년 기념 공공미술 조형 작품이란다.
'궁예 이야기 길'에는 궁예가 왕건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산정호수를 한바퀴 돌고 상동주차장으로 돌아왔다. 1970년대부터 관광지가 된 이곳에는 오늘도 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다.
주차장 주변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는단팥빵으로 오늘의 번개 나들이를 마쳤다.
덕분에 답답하던 마음이 좀 풀렸다.
15:00경에 산정호수를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17:00가 다 되어 간다. 집주변의 일자산 자락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어둠이 내린 일자산 주변을 돌아보았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캠핑장에는 늦가을을 즐기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허브천문공원을 돌아나오니 서울 야경이 멋지다. 롯데타워가 아파트 뒤로 우뚝 서있다.
벼락치기로 나섰던 산정호수 나들이!
멍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린 기분이다. 어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할텐데--------.
큰 일을 겪으며 곁에서 도와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또 알뜰하게 일처리를 해준 딸과 사위들에게도 감사한다.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함께 해준 모든 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