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와 낯선 남자
어떤 노사제가 한밤중에 어디선가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을 깼다.
그 소리는 누군가가 정원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사제는 급히 일어나 창가로 가서 밖을 쳐다보았다.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이라서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낯선 사람은 넓은 망또를 두르고 낡은 마구간 등불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제는 창문을 열고 밖에 대고 소리쳤다.
“무슨 일이요?”
“임종하려는 사람에게 신부님을 모셔가려고 왔습니다.
여기서 상당히 먼 곳에 있습니다.
급해요. 오래 살아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사제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서둘러 옷을 입고 그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사제는 성체와 성유를 가져가기 위해 성당에 들어갔는데,
함께 들어온 그 남자의 깊은 경건함에 감동을 받았다.
“어딥니까?”
“제가 안내하지요. 신부님 혼자서는 길을 찾지 못합니다.”
낯선 그 사람은 등불을 들고 앞장섰고, 사제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마을을 완전히 벗어났고 들판을 지나 대략 한 시간쯤 걸어서 숲에 다다랐다.
그들이 좁은 길에 들어섰을 때 사제는 걱정스러웠다.
“이 숲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이곳을 잘 압니다.”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들은 한 시간쯤 계속 걸어서 마침내 한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그 집은 숲 속 빈터에 있었다.
“여깁니다!”
그 사람은 그저 이렇게 말하고 문을 열어 사제를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작은 침실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제가 급히 문을 열자 신음 소리가 그치더니 노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가 있소?”
“예, 당신에게 병자성사를 주기 위해서 온 신부입니다.”
“신부님, 어떻게 아셨습니까?”
“당신이 사람을 보냈으니 제가 왔지요!”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제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무도 보낸 적이 없어요. 그럴 수도 없었구요.
나는 몇 년 동안이나 외딴 이곳에서 오로지 딸과 함께 살았고,
그 애는 일주일 전에 제 언니 집에 갔거든요. 며칠 있어야 돌아올겁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내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나는 속수무책이었어요.
이 근처에는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지요.”
노인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사제는 이 남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 알 수 없는 안내자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밖으로 달려나가 큰 소리로 부르며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다시 노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사제는 노인의 상태를 살피고 그의 고백을 듣고 난 후 노인에게 성체를 영해 주었다.
병자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체를 영해 준 뒤 사제가 말했다.
“나를 데려온 남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습니다.
도대체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가 나를 당신에게 데려왔고 당신이 몹시 아프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환자는 어리둥절해하며 중얼거렸다.
사제는 석유등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방안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 사람입니다! 여기 이 그림 속의 남자요.
분명히 알아 볼 수 있어요.
그 사람도 이것과 똑같은 망또를 걸치고 있었어요!”
“그림 속의 남자요?
하지만 신부님, 그분은 성 요셉이잖아요?”
환자는 흥분해서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매일 요셉 성인에게 기도를 했지요.
내가 죽을 때에 내 옆에 계셔달라고.
오늘밤에도 끊임없이 그분께 탄원했지요. 내게 사제를 보내달라고요.
내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는 성인께 아주 열심히 부탁했지요.
고백성사도 병자성사도 받지 못한 채 죽게 하지는 말아달라고요.
그런데 지금 그분이 당신을 내게 데려다주셨군요!”
노인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제 역시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깊은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 올라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잠시 후 노인을 고개를 떨구면서 마지막 숨을 내쉬고는 영원히 잠들었다.
이처럼 성 요셉이 얼마나 착한 분이시며,
당신께 의탁하여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얼마나 잘 도와주시는지를 경험한 사람은
성인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성 요셉의 전구가 하느님 대전에서 어떤 힘을 가지는지를 깨닫고
그분께 늘 감사한다.
– 성 요셉과 병자 성사 (요셉피나 히르쉬 수녀 Josephine Hirsch)
– 몽포르 ‘사제잡지’ –
마리아 2004년 124호에서
** 위 사진은 2014년 10월 전주 전동 성당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