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5일(월) - 남파랑길 1차 여행 1일차 (오늘의 걸음 수 - 24,305보)
지난주 손주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방학기간에는 우리가 아이들을 돌보아주지 않아도 되니 아내와 나도 방학을 맞은 셈이다.
방학을 맞았으니 뭔가 움직일 거리를 찾아봐야지? 2년전에 동해안 해파랑길 770km를 완주했는데, 올해부터는 남해안의 남파랑길 1.400km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06:40경에 집을 나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수서역에 도착, 08:00 출발하는 부산행 SRT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역 앞 호텔에 짐을 맡기고 27번 버스를 타고 오륙도 스카이워크로 향했다.(약 1시간 소요)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코리아 둘레길의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힘차게 남파랑길을 출발했다.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할 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을 하겠지.
오륙도 SK VIEW 아파트 앞의 언덕길에 핀 송엽죽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환영해 준ㄷ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남파랑길. 삼복더위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마주하며 걷는다는 것은 나의 인내심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훈련일지도 모른다. 어쩌다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과 멀리 보이는 시원한 풍광이 나를 응원한다.
신선대 입구의 무제등 공원을 지나 동명대학 앞에서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시간이야말로 에어콘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절대적 휴식의 시간이다. 핸드폰도 충전하고-----
UN 참전 기념거리에서 평화공원을 거쳐 UN 기념공원으로 들어섰다. 평화공원에는 6.25 참전 기념비를 비롯해 여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며 놀고있는 저 아이들의 마음이 곧 평화가 아닐까?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외국 장병들이 모셔져있는 UN 묘역. 먼 타향 땅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받친 젊은이들에게 잠시 고개숙여 감사를 드린다.
UN 기념공원을 나와 부산문화회관이 있는 언덕을 지나 8부두가 있는 우암동으로 향한다.
우암동 재개발지역의 가파른 언덕길은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씻어내며 올라가는 고행길. 몇 차례의 휴식 끝에 겨우 도착한 우암동 도시숲의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었다.
언덕길을 내려와 문현동에 들어섰다. 가로수 밑에서 장기를 두고있는 노인네들이 천국의 모습이 아닐까?
범일동에서 육교를 건너니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재봉틀 거리, 한복 거리를 지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오늘 1코스를 마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버스를 타고 부산역으로 돌아와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땀을 씻고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과 함께 소주 한잔을 하며 여행의 첫날을 마감했다.
7월 26일(화) - 여행 2일 차
어제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세상 모르고 곤히 잠을 잤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9시경에 버스를 타고 좌천동 가구거리로 이동하여 어제 다 못한 남파랑길 1코스에 발길을 옮겼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과 싸우다 목숨을 바친 분들을 위해서 비석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는 정공단을 지나 또 언덕길을 오른다.
부산진 일신여학교 기념관을 지나 언덕길에는 독립운동의 역사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이곳이 부산 경남 지역에서 최초 3.1운동이 일어난 곳이란다.
부산포 개항 문화관 맞은편 증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에는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어 증산공원으로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증산공원을 돌아 내려오니 범천동 주택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웹툰 이바구길을 지나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남파랑길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간혹 멀리 내려다 보이는 부산시내 경치가 지친 몸을 달래준다.
무더운 날씨에 땀은 줄줄 흐르고 갈길은 멀고, 판단력도 점차 흐려지고, 결국은 코스 이탈.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다시 제길로 들어섰다. 모처럼 산속으로 들어오니 나무그늘과 오솔길이 힘을 북돋아준다.
숲길을 벗어나 가파른 동네 골목길을 내려가니 유치환의 느린 우체통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치환의 '행복' 중에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초량동의 언덕길에 설치된 168계단 모노레일(8인승)이 잠시나마 지친 내 다리를 위로해 준다.
초량 이바구길 벽면에는 이 마을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예전에 미군들의 유흥가였던 텍사스 거리를 빠져나오니 남파랑길 1코스의 종점인 부산역이 나타난다.
12시경에 도착한 부산역. 아침에 이곳의 호텔에서 출발해 먼 거리를 돌아 다시 돌아왔다.
호텔에 들어가 땀도 식히고 잠시 휴식을 즐겼다.
부산이 발전하던 시절에 언덕 위 이곳저곳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 도시를 이룬 것 같다. 날씨는 무더운데 남파랑길을 따라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는 힘든 여정이었다. 한여름에 트레킹을 떠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4박 5일의 부산 남파랑길 1-5코스 종주 여행!
덥고 힘들고 때로는 짜증도 나겠지만 Go!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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