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수) - 29일(목)
3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고등학교와 대학 동문이 강화도로 1박 2일의 나들이를 했다. 강화도 양오리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해 살고있는 최00 선배가 초청을 해서 만들어진 소중한 자리이다. 11:00에 강화도 풍물시장에서 모여 함께 하기로 했다. 07:45경 집을 나서 3시간에 걸쳐 강화도에 도착. 먼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자니 시간이 꽤나 든다. 차창밖으로 전개되는 풍경들을 감상하다 보면 젊은 시절 강화도를 오갔던 추억들이 망각의 틀을 깨고 슬며시 떠오른다.
길이 멀다보니 늦은 동문도 있어 시장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잔 하고, 풍물시장 2층으로 올라가 밴댕이 정식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일부는 강화 하나로마트에서 오늘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다른 분들은 최00 하우스로 Go!!!
넓은 잔디밭과 황토색 건물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선사하는 집에 짐을 풀고, 간단한 복장으로 강화도 구경길에 나섰다.
1박 2일 동안 함께 할 동문들! 화이팅!!!!!!!
오늘 오전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는데 우리들의 모처럼의 야외나들이를 축하하듯 파란 하늘도 간간히 얼굴을 내민다.
제일 먼저 찾아간 강화도제적봉평화전망대에 도착하니 마침 해설사께서 설명 중. 분단의 슬픔을 안고 사는 우리의 현실을 새삼 피부로 느낀다.
구름이 하늘을 덮은 날이지만 2km 정도 떨어진 강 건너 북녘땅이 눈에 잘 들어온다. 저 강 너머 왼쪽이 아버님의 고향 황해도 연백이다.
강화도에 웬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그리운 금강산' 작사자 한상억, 작곡자 최영섭 두 분이 강화도 출신이란다. 스위치를 누르면 '그리운 금강산'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웬지 이곳의 정서와는 어울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의미의 제적봉(制赤峰) 입석이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인 올해에도 높은 자리에 우뚝 서있다. 내 생애에 저 입석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두번째로 과거에 서울, 인천, 연백 등을 오가는 해상로의 요충지이기도 했다는 월곶진(月串鎭)을 찾아갔다.
입구엔 2011년 복원된 문루 조해루(朝海樓)가 자리하고 있다. 조해루에서 돈대로 올라가는 성곽길이 오랜 세월을 이겨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동서 폭이 47m, 남북 폭이 38m 규모의 타원형 성곽 월곶돈대(月串墩臺) 안으로 들어서니 연미정과 52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해 흘러가는 물길이 제비꼬리와 비슷하다 하여 연미정(燕尾亭)이라 불리는 이곳은 강화 8경 중의 하나라고 한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곳은 정묘호란(1627년) 때 인조가 후금과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은 가슴 아픔 역사가 서려있기도 하다.
월곶돈대에서 바라보이는 북녘땅이 유난히 가까이 다가온다.
조해루 뒤쪽에 위치한 철책선이 이곳이 접경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월곶돈대를 출발해 교동도 대룡시장으로 향했다. 교동대교 입구 검문소에서 출입 신청을 하고 찾아간 대룡시장.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때 피난온 황해도 연백군민들이 고향의 연백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골목시장이다. 60-70년대의 모습을 아직도 지니고 있는 이곳을 거닐다보면 시간이 멈춰 서있는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옛날식 다방에 앉아 청란이 담긴 쌍화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남긴 메모지가 이 집 인테리어의 훌륭한 소재가 되었다.
다방 여주인장이 소개하는 난정리 청보리밭을 찾아가니 이미 보리 수확을 마친 뒤라 썰렁한 분위기. 오늘의 여행 일정을 마치고 양오리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베큐 파티가 아닐까? 또 잔디밭에서의 숯불구이는 도시인들의 로망이 아닐까?
오늘 파티의 주재료는 돼지고기, 부재료는 5종류의 주류(보드카, 와인, 소주, 맥주, 막걸리).
9명이 살을 맞대고 마주 앉아 5종의 주류와 담판을 짓는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학창시절 이야기, 사회생활 하던 이야기, 살아온 인생 이야기, 첫사랑에 얽힌 이야기, 앞으로의 꿈 등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이사이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한 시골마을 하늘로 울려퍼진다.
이 시간쯤이면 우리를 괴롭혔을 모기를 비롯한 벌레들이 극성을 부릴텐데, 꼭꼭 숨어 보이지 않는다. 밤 늦도록 이어진 우리의 귀한 만남때문일까?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잔디밭의 축제는 집안으로 이어져 1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6월 29일(목) 아침. 빗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 저녁 잘 참아준 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다. 장마철을 실감케하는 장대비도 내린다. 라면과 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툇마루에 앉아 비멍을 때려본다. 어젯밤 향연의 주독이 아직도 몸속에서 꿈틀댄다. 오늘 강화도 나들이는 포기하고 집에서 비를 즐기기로 했다. 주인장이 틀어주는 7080노래를 들으며 아무 생각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여유를 누려본 것이 언제던가? 오전 내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한 멋이고 즐거움이 아닐까?
12시경 집을 나서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1박2일의 강화도 나들이를 마쳤다.
비오는 날 찾아준 지인들을 위해 주인장이 당산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덕분에 편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한 회장님과 총무님께 Thank you!!!!!
특히 집까지 내준 회장님께 다시 한번 Thank you very much!!!!!!!!!
9월 정기모임 때까지 모두 무더운 여름 잘 지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