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일) - 코카서스 여행 10일 차
4월 하순에 들었는데도 하얀 눈속에 파묻혀 있는 카즈베기 산맥에 자리하고 있는 구다우리에서 아침을 맞았다. 어제 저녁에 우박이 쏟아져 날씨 걱정을 했는데 창밖을 보니 언제 우박이 내렸냐는 듯이 쾌청하다. 오늘도 좋은 날씨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식사 전 하얀 눈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 아침 산책을 했다. 보이는 것만큼 기온이 차지 않아 상쾌했다.
아침식사 후 아슬아슬한 카즈베기 산맥의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구다우리에서 카즈베기로 가는 길은 러시아 국경으로 가는 군사도로로 조지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중요 도로라고 한다. 한밤중에도 컨테이너 차량과 같은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길이 험해 사고도 종종 난다고 한다.코카서스 산맥을 따라 가다보면 눈쌓인 언덕에 우뚝 솟아있는 조지아-러시아 우정 기념물(구다우리 전망대)을 만나게 된다.
카즈베기 산맥아래 펼쳐져 있는 멋진 아그라비 협곡 일명 악마의 협곡이 내려다 보이는 곳(해발 1,800m)에 자리한 기념물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러시아-조지아 우정 기념물인데 1783년 체결된 게오르기에프스크 조약을 기념하고 두 나라간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물이란다. 조지아의 입장에서 보면 게오르기에프스크 조약은 동 조지아를 러시아의 보호령으로 한다는 굴욕적인 조약일텐데, 우정 기념물이 맞는 표현일 지 모르겠다.
기념물 중앙에는 조약이 체결된 1783년과 기념물을 세운 1983년이란 기록이 새겨져 있다.
기념물 오른쪽에는 러시아의 역사와 상징물을
왼쪽에는 조지아의 역사와 상징물을 그려 놓았다.
이곳은 카즈베기 산맥 '악마의 협곡'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구다우리에서 산길을 40분 정도 달려 카즈베기에 도착했다. 4륜 구동 차량에 분승해 카즈베기산을 올라 해발 2,170m에 위치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를 방문하였다. 오늘이 주일이라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10여분 정도 미사에 참례했다. 우리와는 달리 사제가 미사를 드리고 신자들은 미사드리는 것을 보는 것으로 예를 다 하는 것 같았다.
'삼위일체 교회'라고도 불리며 이 교회에는 전쟁이나 재난 시에 조지아의 귀중한 유물을 보관했다고 전해진다.
산 아래 스테판츠민다 마을이 조망된다.
카즈베기에서 3시간을 달려 므츠헤타로 향했다.
중간에 유황이 흘러내려 쌓인 곳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신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므츠헤타에 도착해 4세기 초에 건립된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을 둘러보았다. 성당으로 오가는 길은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늘이 일요일임이 실감난다. 가이드가 조지아의 국민 간식인 추르치헬라를 하나씩 사 주었는데, 글쎄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므츠헤타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조지아 정교회의 지도자가 거주하는 곳이다. 스베티츠호벨리는 '생명을 주는 기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성당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입고 있던 옷을 보관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곳곳의 프레스코화가 훼손된 모습이 안타깝다.
오늘 주말을 맞아 어린이 민속공연단의 공연이 있었나 보다. 잔디밭에서 쉬고 있던 단원들이 우리를 위해 예정에 없던 즉석 공연을 펼친다. Thank you very much!!!
성당을 돌아나오는 길에 카페트와 같은 관광물품과 먹거리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인 즈바리 수도원으로 Go!!! 즈바리 수도원은 므츠헤타(Mtskheta) 근처에 있는 6세기에 세워진 조지아 정교회 수도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름다운 므츠헤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바위산 정상에 있다.
성녀 니노의 성화
성의를 거머쥐고 땅에 묻힌 사도니아와 거기에서 자란 삼나무를 잘라 만든 기둥 왼쪽에 주교가 있고, 오른쪽에 포도나무 십자가를 들고 기도하는 성녀 니노가 있다. 그리고 맨 아래 양쪽에 무릎을 꿇은 이베리아의 왕 미리안 3세와 나나 왕비가 있다.
기원 후 1세기에 므츠헤타 출신 엘리아스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 예루살렘에 있었는데 골고다에서 로마 군인으로부터 예수님의 옷을 사서 조지아 고향으로 가져왔다. 고향에서 만난 여동생 시도니아가 예수님의 옷을 만지자마자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 그런데 죽은 그녀의 손에서 예수님의 옷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예수님의 옷과 함께 묻었다. 시도니아가 예수님의 옷과 함께 묻힌 곳은 지금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안에 보존되어 있다. 그 후 그녀의 무덤에서 거대한 삼나무가 자랐다.
성녀 니노는 조지아에 첫 교회를 짓기 위해 삼나무를 베어 7개의 기둥을 마련하고 세우려 하였다. 그런데 7번째 기둥이 스스로 공중으로 떠올라 교회를 지을 수 없었다. 성녀 니노가 밤새도록 기도를 하자 기둥이 공중에서 땅으로 내려왔고 교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7번째 기둥에서 성수가 흘러나와 모든 질병을 고쳐주었다.
수도원에서내려다 보이는 양수리(?)
정면의 강이 코카서스 산맥에서부터 시작된 아라그비 강. 오른쪽이 튀르키에에서 발원하여 트빌리시를 통과한 므츠바리 강, 이곳에서 두 강이 만나 왼쪽으로 흘러 카스피해에 이른다고 한다.
서서히 12박 13일의 코카서스 3국 여행이 막바지를 향해 달린다.
세 나라를 돌아보며 거의 매일 수도원을 방문했던 것 같다. 일행 중 어느 분이 성지순례를 온 것 같다는 말씀이 이해가 된다. 코카서스의 자연환경과 일찍 기독교를 받아들인 아르메니아와 조지아의 종교 유적을 즐겼던 것 같다.
내일 하루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마지막 관광을 한다. 끝까지 즐겁고 재미있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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