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성탄 카드
지병인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던 한 고위 성직자가 죽음을 앞두고 몰래 비서를 불렀다. 그리고는 자필로 쓴 한 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들, 행복한 성탄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이번 성탄은 내게 각별하다는 느낌입니다. 이 땅에서 맞는 마지막 성탄일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다가올 세상에서 주님과 더욱 친밀히 일치될 것을 생각하면 기쁘고 기대 되기도 합니다. …내가 본향에로 마지막 여행을 시작할 때 여러분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우정과 친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그는 비서에게 자신이 죽고 난 다음에 이 카드를 자신과 친분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부칠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1996년 11월 14일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조셉 버나딘(미국 시카고 대교구장) 추기경이었다.
성탄 카드는 그가 선종한 후 수시간이 지나 우체국으로 보내졌고, 세계 각처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카드를 받았다.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도 그 성탄 카드를 받았다.
임종을 며칠 앞둔 11월 7일 미연방 대법원에 자살 방조 합법화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임종 전날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및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마지막 전화통화를 하기도 한 그가 마지막 성탄 카드를 자필로 써서 자신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사실은 고인이 자신의 죽음을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버나딘 추기경의 비서 겸 운전기사인 벨로 몬시뇰에 따르면, 고인은 이미 지난 9월에 자신의 장례식 준비를 마쳤을 정도였다. 버나딘 추기경은 당시 로마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기 안에서 벨로 몬시뇰에게 장례식 계획표를 보여주었고, 몬시뇰은 그 계획표에 자신이 강론자로 배정되어 있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자 이렇게 위로했다고 한다. "괜찮다네, 나 자신도 울었으니까."
늘 열려있는 사람으로 살았던 그를 조문하기 위해 10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장례식 다음날 시카고 트리뷴 지는 장례식 강론을 했던 벨로 몬시뇰의 말을 인용, 1면 기사의 제목을’추기경, 고향으로 돌아오다’라고 달았다. 죽음을 대하는 고인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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