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일)
배티 성지에서 16:30경에 출발해 천안시 입장면의 성거산 성지에 이르니 저녁 노을이 내리기 시작한 17:00
멋진 저녁노을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즐길 시간이 없다. 어둡기 전에 성거산 숲속에 있는 성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분주 할 때 직산면 수헐원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동쪽 산을 바라보니 오색구름이 영롱함을 보고 신령이 사는 산이라 하여 거룩할 성(聖)자와 거할 거(居)를 써서 성거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성거산 일대에는 1800년대 초부터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 온 신자들에 의해 형성된 교우촌들이 곳곳에 있었다. 소학골 교우촌과 인근의 서들골 교우촌은 박해시 선교사들과 신자들의 피신처요 은신처로 산골 신앙 공동체였다.
성지 순례 안내도를 보고 제 2줄무덤쪽으로 내려갔다. 입구에 안내석과 '순교의 길' 조형물(고영환 토마스 작)이 있다.
성모 광장에는 성모상과 '그들의 빈 자리' 조형물(김희상 작)이 자리하고 있다.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속에 나즈막해진 36기의 봉분이 있는 제 2줄무덤에는 무명의 순교자들이 잠들어 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순교자의 길을 따라가다 포기하고 뒤돌아 야외 제대를 통해 제 1줄무덤쪽으로 이동을 했다.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성모광장에서 시작하는 십자가의 길을 역순으로 따라간다.
찾아오는 어둠과 함께 분위기는 으시시해지고, 이럴 때 나타나는이정표는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아 반갑다.
제 1줄무덤에는 38기의 무명 순교자 봉분이 있다.
도로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길이 숨을 가쁘게 한다.
차를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가 성거산 성지 성당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순례를 마쳤다.
2박 3일의 순례 여행 첫날의 피곤함을 천안 대명리조트 옆에서 함초 삼겹살과 소맥으로 달랬다.
하느님과 진리를 위해 생명을 바치고 증거한 순교자들의 죽음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이곳 순교자의 무덤과 교우촌 신자들의 줄무덤이 사적지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지금도 성거산 정상 쪽에 병인박해 기념 성당이 크게 신축되고 있다.
대전교구에서 큰 관심을 갖고 성지로 계속 개발해 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