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저녁식사 후 씨감자를 잘라 종자 감자를 만들어 두었다가
다음 날 심은 감자가 드디어 수확철이 되었다.
"감자가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짜빠"
어렸을 적 친구들과 놀면서 하던 노래가락 가사처럼
감자는 잘 자라주었고 예쁜 꽃도 피었었다.
보통 '하지 감자'라 하여 하지가 지나면 수확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실제 6월 하순에 캔 감자는 씨알도 작고 맛도 덜 든다.
우리는 보통 7월 둘째 주말에 감자를 캔다.
감자를 캘 때면 아내 형제들 내외가 와서 감자 잔치를 벌인다.
감자를 핑계로 한 모임
모처럼 만나 감자도 캐고 지난 이야기도 나누는 씨끌씨끌한 정다운 만남
올해도 이번주말에 뭉치기로 벌써 두 달 전에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감자 잔치는 하느님의 보살핌이 없으면 반쪽 잔치가 되기도 한다.
요사이 계속된 장마비로 감자 싹이 말라 비틀어져 겉보기에도 땅 속 상태가 걱정이 된다.
더군다나 토요일에 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심상치 않고
고민 끝에 어제와 오늘 아내와 함께 감자를 캤다.
비가 올 때 캐면 감자가 쉽게 상해 오래 보관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감자 알이 제법 굵다.
올해 감자는 작은 것이 별로 없고 고르게 잘 큰 것 같다.
아마도 밑거름이 충분해서가 아닐까?
그러나 계속된 비로 땅속이 축축해 썩은 감자가 많이 나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썩은 감자들이 밭에 버려져 뒹굴고 있다.
역시 농사는 농부의 정성과 하늘의 보살핌이 있어여만 풍작을 기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TV에서 썩은 감자로 속이 타는 어느 농촌의 모습이 방영되었는데-----
감자를 수확해 판매를 하는 농부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오늘 오전에도 몇 차례 소나기가 오더니, 오후가 되어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비 온 뒤의 파란 하늘과 구름이 만들어 내는 멋진 풍경화
썩은 감자로 인한 언짢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하늘
토요일에 감자를 캐러 오는 님들을 위해 한 이랑은 남겨두긴 했는데----
내일 금요일에 마저 캐 놓아야 할 지, 아니면 토요일 우중 작업을 해야 할 지----
내일 나오는 일기예보를 보고 마음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씨감자를 보통 4-7 조각을 내어 심는데,
그 작은 조각이 자라 큰 감자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은 자연의 선물이요, 신비이다.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하늘이 주는 댓가요, 수확의 기쁨이이다.
어찌됐든 주말 모임은 Go!!!!!!
감자도 감자이지만 모처럼 처가집 식구들과의 만남이 더 기다려졌던 것은 아닐까?
함께 땀 흘리며 일도 하고,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저녁이면 숯불을 피워 바베큐와 함께 "건배!"
날씨가 허락한다면 조그만 모닥불을 펴놓고 둘러앉아 싱어롱
모닥불에 넣어둔 감자가 알맞게 익을 때까지
상상만 해도 벌써 즐거워지는 감자가 만들어 주는 가족 화합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