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반가운 봄비가 내린다. 얼마나 기다리던 비인가?
하루 종일 많이 왔으면 좋겠다.
비가 오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후에도 5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비가 오니 별안간 할 일이 없는 실업자 신세
가까운 인제로 나들이를 갔다. 인제는 우리집에서 30km이내로 약 30분이면 간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박인환문학관을 둘러보러 갔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 오후의 박인환문학관의 모습
비가 오고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관람객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왼쪽으로 박인환 시인에 대한 안내 화면이 돌아가고
문학관 안에는 1950년대 서울 명동 거리를 구현해 놓은 전시관이 보인다.
명동 입구에 서있는 박인환 시인(1926-1956, 인제 태생)이 우리를 맞는다.
박인환 시인을 비롯한 문학인들이 만나 인생을 논하던 1950년대 명동 거리
당시 박인환 시인이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던 집들
포엠은 위스키 시음장으로 개업한 곳으로 값싼 양주를 공급해 명동 에술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고,
유명옥은 빈대떡집으로 현대 모더니즘 시운동이 시작된 곳이란다.
동방싸롱은 1층은 싸롱, 2층은 집필실, 3층은 회의실로 종합문화회관 역할을 했다고
마리서사는 박인환이 종로3가 입구에서 운영했던 서점으로 박인환의 정신적 의지처였단다.
'봉선화 다방'은 고전음악 전문점으로 해방 후 명동에 처음으로 개업한 다방이란다.
문인들이나 에술인들이 모여 차를 즐기기도 하고, 많은 문화행사를 이곳에서 하기도 했단다.
나도 다방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사이에 불청객이 되어 앉아본다.
가수 박인희의 청초한 낭송으로 유명했던 곡 '목마와 숙녀'
젊은 시절 자주 들었던 음악이 생각난다.
박인환 시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를 노래한 박인희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 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박인환이 자주 찾던 선술집 '은성'의 벽에는 박인환의 활동 흑백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다.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은성'은 가난한 시대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 곳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막걸리 잔 너머로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웠던 곳이란다.
문학관을 나와 잔디밭에 있는 동상 박인환의 품에 들어가 본다.
박인환 문학관 바로 옆에 있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
사라져가는 인제군의 민속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 전시하기 위해
2003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산촌민속전문박물관이란다.
2층의 박물관 입구의 모습
서예가 송민 이주형 선생의 휘호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인제 지방에서 조상들이 사용하던 농기구와 목기들
비탈진 사면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모습
산 속의 나무를 벌목하여 뗏목으로 만들어 서울 마포나루로 보내던 모습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1960년대 인제군에 살던 산촌 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잘 재현해 놓았다.
옛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닥종이 인형들이 잘 표현하고 있다.
산 속에 사는 갖가지 동물들의 박제도 전시되어 있다.
임산물 중 갖가지 숯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전시 한 곳
"숯"은 '신선한 힘'이란 뜻을 지닌 순 우리말이란다.
옛날을 돌이켜보며 체험코너에서 다듬이질과 맷돌돌리기를 해보는 아내
비가 오는 바람에 한가하게 하루를 보냈다.
며칠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좀 쉬라는 뜻이 아닐까?
덕분에 인제 나들이도 다녀오고------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은 몇년 전부터 가보려던 곳이었다.
일년에 여러 차례 지나가기만 했지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가족과 함께 한 번 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어린이들에게는 산 교육장이 될 것이고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옛날을 회상해 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인 것 같다.
지자체마다 나름대로 꾸며놓은 볼만한 곳이 많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잘 찾아 다음에 갈 곳을 찾아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