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수)

경상남도권 성지 순례 2일 차

등억 온천단지 호텔에서 준비해 간 먹거리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08:20 출발하여 죽림골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08:50

죽림골을 오르기 위해서는 '울주군 배내로 1245'의 개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차료 5,000원)

 

길 건너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간월산 등반 안내도와 울주군 천주교 순례길 안내판이 서있다.

 

일찍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가을을 만끽하며 오붓하게 걸을 수 있었다.

 

가파른 임도를 따라 숨가쁘게 1.8km 정도 올라가니 관리인 초소가 나온다.

이후 1.5km의 길은 경사도가 낮아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드디어 10:10 경에 죽림굴(대재 공소) 입구에 도착. 영남 알프스라 부르는 간월산의 단풍을 배경으로 기쁨의 만세

 

임도(영남 알프스 하늘 억새길)에서 죽림굴로 오르는 길

 

죽림굴은 경남 울주군 간월산 정상 부근에 있는 천연 석굴이다. 대나무와 돌로 덮힌 낮은 입구 덕분에 동굴에 숨으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아 박해 시대 교우들이 피난처로 이용되었으며, 1840년부터 1868년까지 28년간 공소(대재공소)로 사용되었다.

대재공소 주변에는 관아의 눈을 피해 피난온 신자들이 움막을 짓고, 토기와 목기를 만들거나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포졸들의 움직임이 파악되면 동굴안에 들어가 숨기도 하고, 연기를 내지 않기 위해 곡식을 물에 불려 생식을 하기도 했다.

 

샤스땅 정 신부와 다블뤼 안 주교가 1840년부터 1860년까지 사목을 담당하였고

경신박해(1860년) 때는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이 3개월 동안 은신했던 곳이기도 하다.

울산 장대에서 처형된 순교자 허인백(야고보), 이양등(베드로), 김종륜(루카) 등도 한때 죽림굴에 머물렀다

경신박해와 병인박해(1866년) 때 교우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100여 명이 넘던 신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공소는 폐쇄되었다.

1986년 언양 성당 신부와 신자들이 죽림굴을 발견한 이래, 현재는 해마다 발견 기념일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단다.

 

컴컴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 조심조심 돌계단을 오르니 제법 넓다란 공간이 나타난다.

한때는 100여명이 신자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했다고 한다.

 

죽림굴에서 주차장까지 가을의 향기를 맡으며 3.22km를 내려간다.

 

1.5km 내려와 관리인 초소가 있는 곳에 와보니,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등반 안내도가 놓여있다.

안내도 좌측의 안내 전화번호. 주차장에 내려와 확인을 해보니 비공식적이지만 이곳까지 차를 타고 올 수 있단다. (편도에 1인당 5천원)

 

차를 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오자니 무릎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11:30 경에 주차장에 주차장에 도착, 주차료 5천원을 지불 (아침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일러 관리인이 출근하기 전이었음)

다리가 불편한 분은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께 차량 이용방법을 문의 하면 될 듯.

물론 차를 타도 끝부분의 1.5km 정도는 걸어서 가고 오고해야 한다.

 

영남 알프스를 떠나오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워 놓고 한 컷!

 

죽림굴 성지를 찾은 오늘은 성지 순례이기도 하지만 3시간 정도의 영남 알프스 가을 등산을 다녀온 셈이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9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 중에 순례하기 힘든 곳으로 알려진 죽림굴!

등산로는 임도로 잘 다듬어져 있으나,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 꽤나 힘들게 다녀온 것 같다.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 더 힘들어 하는 내 무릎이 오늘 엄청 고생을 했다.

덕분에  가을 단풍구경도 잘 하고, 심신도 단련하고, 즐거운 반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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