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토)
4박 5일 예정으로 서울로 가는 길에 양평읍에 있는 양근 성지를 둘러보았다.
이번 순례 기간에 천주교 성지 순례 여행을 모두 끝내려 한다. 7곳의 성지만 더 돌아보면 전국의 167곳의 성지를 다 돌아보게 된다. 2019년 12월에 시작한 성지 순례가 종착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남한강변에 위치한 성지는 한겨울의 찬 바람이 옷깃을 여밀게 한다.
짙은 회색 벽돌로 깔끔하게 단장된 울타리와 잘 다듬어진 소나무가 순례자의 마음을 다듬어주는 것 같다.
양근 성지는 이승훈(베드로)가 1784년 북경에서 세례를 받은 후, 수표교 이벽의 집에서 이벽과 권일신에게, 또 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 대감 마을에 살고있던 권철신에게 세레를 베푼 뒤 천주교 신앙생활을 실천한 곳이다. 또한 양근 성지로부터 충청도와 전라도로 천주교 신앙이 전파되었으며, 지도자급 평신도들이 가성직 제도로 성직자 역할을 하면서 미사와 견진성사를 2년간 집전한 곳이다. 그래서 양근 성지를 천주교회의 요람이라고도 부른다.
양근(楊根)이란 '버드나무 뿌리'란 뜻으로 남한강변에 폭우와 홍수로부터 제방의 붕괴를 막고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버드나무를 많이 심은데서 유래한 지명이란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성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지 울타리 앞쪽으로 돌의자 등 여러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양근 성지는 조숙 베드로와 권천레 데레사 동정부부가 태어나고 신앙을 증거한 곳으로, 이 동정부부는 한국 교회의 성직자 영입 운동에 적극 참여하다가 잡혀서 순교하였다. 또한 주문모 신부를 영압하기 위해 두 번이나 북경에 밀사로 다녀온 윤유일의 동생 윤유오, 윤점혜, 권상문이 참수형으로 순교한 곳이다. 이외에도 20여 명의 순교자들이 태어나거나, 신앙을 증거하다 체포되어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2010년 예수 성심 성월에 이숙자(세실리아) 수녀가 만든 작품 '순교의 큰 칼 아래'
자기 비움의 길을 가신 님을 향해 승리의 빨마가지 흔들며 기립니다.
양근 성지 성당. 코로나로 굳게 닫힌 문이 야속하기만 하다.
예수 성심상과 성모자상
십자가의 길
권철신과 권일신의 형제상이 남한강을 등지고 서 있다.
많은 천주교인들이 양근천이 한강과 만나는 일명 오밋다리 부근 백사장에서 참수형을 당하고 버려졌던 곳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오밋다리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경강로를 오고 간 것이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큰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양근 성지에 오늘에서야 첫걸음을 옮겼다. 자주 지나가는 곳이라도 관심이 없으면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성지가 개발된 것이 2000년 이후이기는 하지만------.
성당의 문이 굳게 닫혀있어 성전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멀리서 찾아오는 순례객을 위해 개방을 하면 좋으련만, 관리상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다른 순례객들의 블로그 글을 보면 코로나로 인해 정문이 닫혀있어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경우도 많았던 것 같은데, 성지 안으로 들어가 본 것만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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