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놈이 이제야 예초기 적응이라니?

2007년부터 농사 흉내를 냈다는 놈이------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사실 2-3년 전에 예초기를 구입했다.

사용법에 미숙해서인지 처음 사용 때 부터 정이 가지를 않았다.

한참만에 사용하려면 시동도 잘 걸리지 않았다.

노즐이 막혀 그런다는 이웃집 양반 이야기 듣고

오토바이 수리점에 가서 몇 번 뚫었다.

(그 때는 주말에만 왔기 때문에 그 곳으로갈 수 뿐이 없었다.)

 

사용하려 할 때마다 속을 썩힌 예초기!

그러다 보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렸다.

 

금년부터 제초제를 안 쓰고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호미 들고 쪼그리고 앉아 잡초와 씨름을 했다.

오죽하면 동네어른들이 지나가다 딱하게 보이는지 제초제를 쓰라고 권하셨다.

 

그러나 아무리 뽑아도 잡초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진실을

날이 갈수록 몸과 마음으로 터득하게 된다.

풀 한 포기 없게 김을 맨 밭에 좀 있다 가 보면

잡초가 "나 여기있다!"하고 인사(?)를 한다.

정말 기운이 빠지고,  제초제를 쓸까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그러면서도 머리 한 구석에 "예초기"라는 3글자가 가끔 반짝거렸다.

그러나 과거에 반갑지 않은 경험으로 멀리했던 예초기.

잡초와 씨름에서 계속 판정패를 이어가면서 더욱 더 예초기 생각이 났다.

 

10일 전 쯤 예초기를 사용할 때 쓰는 안전모도 사 오고

각오는 했지만 선뜻 예초기를 꺼내게 되지를 않았다.

 

오늘 드디어 용기를 내어 예초기를 꺼내어 시동을 걸어보니

역시 옛날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웃집의 충고대로 농협 농기구수리센터를 찾아갔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도착해서 담당자에게 죄송한 마음!

그러나 어쩌랴 내가 당장 급한 것을.

 

역시 전문가다운 수리 솜씨!

오토바이 수리상에 갔을 때보다  수리하는 솜씨나 차원이 다르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까지 정말 꼼꼼히 살펴봐준다.

또한 올바른 사용방법에 대한 지도까지도 해 준다.

오늘 비로써 예초기의 사용법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이제는 수리센터 가지 않고 잘 사용할 자신(?)이 생겼다.

 

집에 오자 마자 안전모 쓰고 장화 신고, 완전무장!

예초기의 힘찬 시동소리가 마당에 울려퍼진다.

그동안 뽑지 못하고 순위에 밀렸던 이곳저곳에 있던 모든 잡초를

단 한 시간만에 모두 Out시켰다.

작업 후 다음 사용 때 시동이 잘 걸리게 예초기 몸통안의 기름도 빼 내고

(기름 빼 내는 방법을 오늘 처음 알았음)

 

와우!!!!

드디어 예초기 사용 완전 적응!

진작 예초기를 사용했으면 시간도 벌고 힘도 덜 들었을텐데-----.

 

첫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좋은 멘토를 만나 순조롭게 출발하면 매사가 좀 더 수월하고 좋을 것이다.

 

앞으로는 예초기를 자주 사용하고

잡초와의 씨름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연과 벗하는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때요?

어설프게 보이지만 완전무장하고 풀을 깍는 모습이?

이제 촌부로서의 자격이 하나 더해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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