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5일(수)
서해랑길 여행 중 잠시 틈을 내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를 방문했다. 요사이 여행사마다 꽃무릇을 보러가는 프로그램 홍보가 열심이다. 서울에서도 꽃무릇 보러 오는데 영광에 머물면서 안 가볼 수가 있나?
법성포 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불갑사로 Go!!!!
제 24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9.13-22 10일간 열렸다. 축제 기간은 끝났지만 축제장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꽃무릇이 반도 안 핀 것 같다. 주최측의 개화시기 예측이 빗나간 것 같다.
9-10월에 개화하는 꽃무릇의 짙은 붉은색이 가을을 상징한다는데 유난히 기온이 높은 올해엔 꽃무릇도 개화가 늦어지는 것 같다. 아마도 가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느끼는가 보다.
꽃무릇은 주로 사찰 주변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며, 특히 전남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에서 군락을 이루어 피어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석산(꽃무릇)은 꽃모릇, 붉은 상사화로 불리며 옛날 가난한 백성들의 구황식품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꽃무릇 알뿌리에 함유된 녹말을 걸러내 죽을 끓여 먹었는데, 알뿌리에 독소가 있어 이를 가라앉히려면 꽤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를 참지 못하고 그냥 죽을 쑤어 먹으면 배탈이 나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고 한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상사화와 꽃무릇의 차이를 모르는 이들에 의해 축제 이름이 잘못 지어진 것 같다. 지금 이곳에 피어있는 꽃은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이니 '영광불갑산꽃무릇축제'라고 해야할 것이다.
꽃무릇은 가을(9-10월)에 피는 붉은색 꽃으로 산기슭이나 사찰 주변을 뒤덮으며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반면 상사화는 여름이 끝날 무렵, 7월 말에서 8월 초에 피며, 꽃의 색상이 연한 분홍색이나 보라색으로 차분하고 은은한 것이 특징이다.
일설에 의하면 불갑사는 384년(침류왕 1)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뒤 최초로 세운 절이라고 하고, 또 다른 기록에 의하면 문주왕 때 행은이 창건하였다는 설도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불갑사가 꽃무릇으로 유명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불갑사 경내에서 나와 일주문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도로 왼쪽에 탑원이 자리하고 있다. 마라난타존자의 출생지인 파키스탄 북서부의 간다라 사원 양식의 탑원으로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머물고 있는 호텔 주인장이 꼭 가보라고 추천한 함평 용천사를 찾아갔다. 단청 장식이 없는 모악산 용천사 일주문이 민낯으로 우리를 맞는 것 같아 약간 낯설게 느껴진다. 사찰로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 꽃무릇이 줄지어 우리를 환영한다. 이곳에도 꽃무릇은 아직 개화가 덜 되었다.
꽃무릇으로 유명한 3곳의 사찰(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중 두 곳을 돌아보았다. 꽃무릇이 만개했다면 더 멋진 풍광을 즐겼을텐데 좀 아쉽다. 그래도 이정도면 꽃무릇을 충분히 즐긴 것이 아닐까?
올해 이상고온으로 개화시기가 늦춰졌다는데, 내년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중부이남지역에서 자생하는 꽃무릇이 수도권으로 올라오지는 않을까? 지인이 며칠 전 성북동 길상사에서 찍은 꽃무릇 사진을 보내줬었는데-------. 지구 온난화로 식물들도 언제 꽃을 피워야 할 지 꽤나 헷갈리는 것 같다.
붉은색 꽃무릇과 다른 상사화 꽃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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