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0일(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혹시나 하고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아! 오늘도 백두산에 올라가지 못하겠구나!
아침식사 후 버스 안에서 만난 가이드 왈 예상했던대로 백두산은 8월 2일까지 입산 통제란다. 오늘도 대체프로그램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이번 3박 4일 백두산 여행의 주목적인 천지 감상은 완전히 물 건너 간 셈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룡정시로 향했다. 비암산 풍경구 입구에서 정상의 일송정으로 오르기 위해 전동차를 탔다. 룡정시 푸른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정도 날씨면 백두산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미련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비암산에서나마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나?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의 가곡 '선구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노래이다. 원래는 이 자리에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작은 소나무 한 그루와 정자만 남아 있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 있던 정자 모양의 소나무에 모여 항일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조선을 말살시키려 했던 일본측에선 소나무에 구멍을 뚫고 약품을 넣어 고사시켰다고 전해진다. 이후 1980년대 말에 ‘일송정’이라는 이름의 정자를 건립하고 소나무를 심었으나 여러 차례 죽고 말았다. 지금은 아직 크게 자라지 못한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남아 정자를 지키고 있다. 이 정자가 노래 '선구자' 가사에 나온 '일송정'이며, 소나무가 '일송정 푸른솔'이다. 조용히 선구자 노래를 불러본다.
일송정 푸른 솔은 홀로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주사 우물가에 저녁 종이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길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되였나
일송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룡정시의 모습. 저 너른 들판에서 우리의 독립군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피땀을 흘렸을 것이다.
윤동주 생가가 있는 룡정시 명동촌을 돌아보았다. 붉은 색의 공산당 조형물이 이곳이 중국땅임을 실감케 한다.
북간도 한인사회의 지도자 '김약연 선생'이 조선인의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독립운동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명동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1908년부터 1925년 폐교될 때까지 1,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명동학교를 돌아보고 윤동주 생가로 가는 길엔 공산당이 세워놓은 선전문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시비에서 한 컷!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생가는 1900년경에 그의 조부 윤하현선생이 명동촌에 지은 기와집이다. 윤동주는 이곳에서 1917년 12월 30일에 태어났다. 윤동주가 타지역의 중학교 입학 후 타인에게 매도된 집은 1981년에 허물어졌다. 룡정시인민정부는 역사적 의의와 유래를 고려하여 1994년 8월에 윤동주생가를 복원하였다.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곳곳에 놓여있고, 윤동주 시인의 생애가 기록된 윤동주전람관도 자리하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니던 윤동주는 1943년에 사상범으로 체포되었다. 1945년 2월 후쿠오카 경찰국 형무소에서 일본경찰에 의해 해수주사로 활체실험을 당하고 28세 젊은 나이에 비참하게 일생을 마쳤다.
윤동주 생가 앞 시비 뒤에 펼쳐진 파란 하늘의 흰구름이 세상살이가 덧없음을 말해주는 듯 하다.
연변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연길 공룡왕국’ 안에 있는 금수예술극장에서 '진달래'라는 악극 공연을 관람하였다. 조선족이 이곳 연변으로 넘어와서 자리잡고 번성해 나가는 과정을 연출했다.
악극 관람 후 연길시내 양꼬치집에서 중국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소맥과 함께 한 양꼬치가 백두산을 오르지 못한 우리를 달래 주는 것 같다.
요란한 조명과 인파로 북적이는 연길 시내
7월 31일(수)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을 맞았다. 연길시 전체가 보이는 24층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공항으로 이동 중 지역 특산물을 파는 마트에 들렀다. 우리는 건조된 송이버섯 1박스(65,000원)를 샀다.
3박 4일의 백두산 여행!
여행 타이틀인 '백두산'은 보지도 못하고 주변만 오간 여행이 되었다. 가이드 왈 어떤 이는 천지를 보기 위해 4번 여행을 왔는데도 천지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갔다고 한다.
여행 할 때 마다 대체로 날씨운이 참 좋았는데, 이번 여행은 영 아니다. 누구를 원망하랴?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여행사에서 보내준 천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연길에서 구입한 건조 송이버섯은 송이향도 나지 않고 맛도 없다. 아무리 건조식품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송이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연길에 가면 다시는 송이버섯을 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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