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금)
새로운 강릉 보금자리에 심을 나무를 구하기 위해 충북 옥천으로 향했다.
옥천군 이원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의 4시간에 걸쳐 도착했다.
대림조경농원에서 상담도 하고 나무에 대한 많은 정보도 얻었다.
보금자리 사이드에 생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주니프러스 블루애로우를 선택했다.
병충해에 강하며 상록관목으로 보통 4-5m까지 자란다고 한다.
모처럼 옥천 땅을 밟은 김에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찾아간 정지용 생가
주차장에서 생가쪽으로 가다보니 옥천문화원에서 주관하는 33회 지용제(11.30-12.6) 안내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시인 정지용 생가
1903년 충북 옥천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정지용은 섬세한 이미지와 세련된 시어를 특징으로 하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지용문학관
잠시나마 정지용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감상도 해보았다.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 사철 발벗은 안해가 /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문학관 내부의 모습
문학관 안에 잔잔히 흐르는 '향수' 노래가 나그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기분이다.
시인 정지용을 좀 더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정지용 시인과 함께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오후 늦은 시간의 햇빛으로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육영수 여사 생가가 있다.
육영수 여사 생가는 충청북도기념물 제123호로 지정로 지정되어 있단다.
육영수 여사는 이곳에서 1925년 태어나 1950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다.
육영수 여사 생가 입구
육영수 여사 초상화가 있는 사랑채
연못에 연당 사랑채와 중문채가 반영되고 있다.
안채
사당에서 내려다 본 안채의 모습
안채에 달려있는 이곳이 육영수 여사가 살던 방이란다.
안채 뒤쪽에 있는 석빙고
위채의 모습
위채를 지나니 대나무숲과 밖으로 나가는 문이 보인다.
사당 앞의 장독대
서서히 하늘에 저녁노을이 깃들기 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육영수 여사 생가에 처음 와 보았다.
1600년대부터 삼정승이 살았던 곳으로 1918년 육종관(육영수 여사 부친)이 이 집을 매입했다고 한다.
1974년 육여사 서거 이후 방치되어 오다가1999년에 철거되었었다.
2004-2010년 육영수 생가 복원공사가 이루어져 2011년 개관했단다.
10여년을 영부인으로 지낸 육영수 여사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흉탄으로 운명을 달리한 비운의 여인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저승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육영수 생가 앞 논의 물이 붉게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붉은 색의 식물들이 물에 떠 있다. 안내자에게 물어보니 개구리밥이라고 하는데--------
집에 심을 나무를 알아보기 위해 온 충북 옥천. 내 기억으로는 옥천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것 같다.
대림농원에서 나무를 알아보고 게약을 마친 후 옥천 읍내(시인 정지용 생가와 육영수 여사 생가)를 돌아보았다.
강릉 날씨만 생각하고 두터운 옷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은 떨어지고 바람까지 불어댄다.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 가고,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서둘러 에약해 놓은 호텔로 갔다.
먼 거리를 달려와 옥천 땅에서 계획에 없던 겨울여행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