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웃 동년배가 잣 따는 것을 좀 도와주었더니 잣을 좀 주었다.

(정확히 땅에 떨어뜨린 잣을 찾아 수거하는 일)

비료 포대에 담아 와 손수레에 담아보니 양이 제법 많다.

 

 

이 많은 잣을 언제 다듬고 정리하나?

10여개만 달라고 했는데, 시골 인심이 항상 이렇게 정에 넘친다.

 

 

며칠에 걸쳐 잣송이에서 잣알을 털어냈다.

잣송이를 세로로 잘라내어 터니 생각보다는 쉽게 잣알이 떨어져 나온다.

 

 

털어낸 잣을 그늘에 며칠간 말렸다.

 

 

이 많은 잣알을 언제 다 깔지?

 

 

집게로 한 번에 한 알씩 원시적인 방법으로 잣을 깐다.

 

 

겉껍질과 속껍질을 모두 벗겨내야 한다.

먹을 수 있는 잣알보다 버리는 껍데기가 훨씬 많다.

 

 

한얀 속살을 드러낸 잣 완성품

하얀 잣을 얻으려면 손이 엄청 많이 간다.

올 겨울 밤 내내  할 일이 생겨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필요할 때 마다 조금씩 잣을 까야겠다.

 

 

이웃집의 뒷산에 있는 은행나무

주인장은 쉽게 거둘 수 있는 것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관심 밖이다.

땅에 떨어져 주인의 눈 밖에 난 은행을 주워왔다.

그물망에 넣고 계곡물에서 발로 밟아가며 냄새나는 껍질을 제거

시멘트 바닥에 널어 반나절을 말린 후 주워담았다.

 

 

며칠간 햇빛에 잘 말려두면 일년간 두고두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밭의 이곳저곳을 오가다 보니 개나리 꽃이 피어있다.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어지러우니 개나리도 제 정신을 못 차리나?

 

 

제주도에서 어제 밤에 서울에 와 하루를 자고

오늘 오전에 홍천으로 왔다.

 

미처 다 털지 못했던 잣송이도 마저 털어내고, 은행알도 주워와 손질하고

오후 5시 너머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않았던 잣과 은행나무

올 해는 이웃 양반 덕분에 난생 처음 잣과 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첫 인연에 너무 많은 양을 만난 것은 아마도 내 안의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주는 고마움

두고 두고 손질하고 맛을 보며 자연의 은혜에 감사해야지.

'홍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새 찾아온 눈  (0) 2016.12.27
첫 눈  (0) 2016.11.26
마 수확  (0) 2016.11.04
김장 담그기  (0) 2016.10.30
가을 하늘  (0) 2016.09.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