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수)
수요일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화요일 오후에 화촌 육묘장에 나가 설탕 고구마순을 사다 아내와 함께 심었다.
물을 주며 심은 고구마순은 아마도 며칠간 오는 비 덕분에 몸살을 많이 앓지 않고 잘 자랄 것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 덕분(?)에 화요일은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밭 이랑과 이랑 사이에 잡초 매트도 깔아주고, 나름대로 비를 맞이 하는 작업을 마쳤다.
수요일과 목요일 일기예보를 보니 영서 지방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단다.
비가 오면 농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느님이 주신 휴일이다.
수요일 정오가 지나 간단한 짐을 꾸려 1박 2일로 동해안을 향하여 출발!
TV에서 오래 전 방영한 노추산의 모정탑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나섰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자락에 있는 3,000여 개의 돌탑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다.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던 한 여사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홀로 26년간 돌탑 3,000개를 쌓았다고 한다.
노추산 모정탑 길의 의미를 알려주는 기념비
차순옥 할머니는 결혼한 후 4남매를 두었으나 아들 둘을 잃고
남편은 정신 질환을 앓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40대 중년에 접어들던 어느 날, 할머니는 꿈속에 나타난 산신령으로부터
계곡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평안해질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
강릉 시내에 살던 차여사는는 이때부터 돌탑을 쌓을 장소를 찾아다녔다.
1986년 ‘하늘 아래 첫동네’로 통하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계곡에 자리를 잡고,
2011년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무려 26년 동안 돌탑을 쌓았단다.
계곡으로 오르는 길 좌우에 서있는돌탑이 오랜 세월 탑을 쌓은 여사의 지극정성을 말해주고 있다.
차순옥 여사는 생전에 대기리 주민들에게 돌탑관리를 부탁하였고,
대기리 마을회에서 유지 관리를 하고 있단다.
차순옥 여사의 모정탑길에 이르기 전 길가에는 마을 사람들이 세워 놓은 탑들이 손님을 맞고있다.
율곡선생의 구도장원비와 모정탑으로 가는 숲길의 모습
율곡선생의 구도장원비는 율곡 이이선생이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으며 쓴 글을 새긴 돌이다.
비석에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다.
전국 각지의 유생들이 비문을 보면 관운이 있다 하여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하며,
당시 마을에 살던 황씨가 유생들이 찾아와 양반 행세를 하며 번거롭게 하자
비석의 글씨를 쪼아 땅 속에 묻었다고 한다.
그 후 박가선이란 사람이 꿈에 비석 위치를 암시받고, 나무 밑을 파 보니 비석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며 행방이 묘연하던 것을
대기리 마을회와 강릉시가 기증받아 구도장원(아홉번 장원급제)을 한 율곡 선생의 기운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비를 세웠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계속 이어지는 모정탑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한 어머니의 정성과 세월이 이뤄낸 탑이다.
계곡의 물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어머니의 모정이 담긴 탑은 이어지고 있다.
모정탑이 절정을 이루는 지역이 가까워지자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이들을 위해 순환길 안내판을 세워놓은 것 같다.
3,000개의 탑 중 많은 것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
이 많은 탑들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식을 위해 온 몸을 희생하는 모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탑 하나하나를 쌓아올린 것도 대단하지만
저 많은 돌을 이고지고 옮겨 온 노력과 세월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오래 전 TV에서 차여사 생전의 모습이 방영되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여성 홀로 산 속에 머물면서 온갖 시련을 겪고 쌓아올린 자식 사랑의 탑!!!
이 탑들이 영원히 남아 모정의 영원한 증거물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계곡에서 바라다 본 수많은 탑들
저 탑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에 모정이 담겨있지 않을까?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의 '어머님의 마음'이
내 가슴 속을 잔잔히 흐르며,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운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 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돌뿐만 아니라 나무 등걸도 훌륭한 탑의 소재가 되었다.
나도 주위의 돌과 나무를 이용해 의미있는 조형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여사가 세워 놓은 탑들
돌에 쓰인 숫자와 이름은 차순옥 여사가 기도하며 쓴 것으로
돌탑 보존을 위해 절대로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차여사가 산 속에서 홀로 지낸 움막의 모형이 돌탑들 사이에 꾸며져 있다.
깊은 산 속에서 여성의 몸으로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사랑의 힘 때문이었을 것이다.
움막 옆에는 세속인들이 자신의 소원을 돌탑에 비는 소박한 마음이
혹시나 바람에 날릴까 돌로 간절함을 묶어두었다.
많은 탑들이 모여있는 주변 계곡의 모습
신록과 어루러진 돌탑의 형상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물씬 풍기는 듯 하다.
노추산 모정탑을 내려오며 기념 사진 한 컷!!
노추산 모정탑길은
2018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평창군과 정선군, 강릉시가 공동으로
지역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를 연결해 만든 '올림픽 아리바우길'(총 131.7km) 제 3코스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올림픽 아리바우길'이란 명칭은 올림픽과 정선 아리랑, 강릉 바우길을 합성해 만든 것이란다.
노추산 모정탑에서 강릉시로 나오며 만난 커피박물관(강릉시 왕산면 왕로 2171-19)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커피박물관
커피의 역사, 제조 방법 등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거의 매일 몇잔씩 마시는 커피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커피 박물관 안의 포토존에서 한 컷!
뒤에 보이는 나무가 커피나무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버티고 살지는 모르겠지만_______
제 5관까지의 관람을 마치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준다.
마지막 전시실 제 5관의 실내 모습
1인당 박물관 입장료가 5,000원
약간 센듯 하지만, 커피 한잔을 주니 비싸다고 할 수는 없을 듯------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
그윽한 커피의 향이 오늘 하루의 피로를 깨끗이 날려주는 듯 하다.
주문진에서 대게로 저녁식사를 하고
작은 딸의 주말용 세컨 하우스에서 동해의 하루 꿈을 꾸었다.
동해 바다의 야경이 홍천 목석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망중한'이라 했던가?
하늘에서 비를 뿌리시는 덕분에 촌부는 1박 2일의 휴가를 즐겼다.
봄철 밭의 바쁜 일도 얼추 끝냈으니 하루 이틀 정도는 쉴만한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오래 전부터 한번 가 보고 싶었던 노추산 모정탑!
자식과 가족을 위해 험난한 돌탑쌓기를 하신 어머니의 사랑!
오랜 세월 깊은 산속에서 오로지 자식과 가족 생각!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노추산 모정탑을 돌아보며 어버이 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