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목)

여행 2일차 섬티아고 순례길로 가는 일정이 만만치 않다.

새벽 04:40 기상, 05:25 버스 승차후 신안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목포 송공항으로 이동했다.

송공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06:30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소악도 선착장에 도착해 가이드로부터 12사도의 집 순례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다. 

오늘 우리는 진섬, 딴섬, 소아도,소기점도, 대기점도 5개의 섬을 거쳐야 한다. 섬과 섬 사이의 노둣길은 물에 잠기면 통행이 불가능하다. 1번 베드로의 집부터 순례를 해야하나 물때를 고려해서 역순으로 돌아보게 된다.

섬티아고 순례길 12km를 돌아보고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15:00 배를 타고 목포 송공항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은 썰물로 개펄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섬티아고 순례길 힘차게 Go!!

 

12개의 예배당은 국내외 10명의 작가들이 만든 공공미술작품으로 다섯 개의 섬 곳곳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하고 있다. 모든 예배당이 10㎡(3평) 규모지만 내부는 혼자 들어가면 딱 알맞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12사도의 이름을 붙이고 예배당이라 부르지만,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들어가 명상을 하고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제일 먼저 만난 10번 칭찬의 집 (유다 타대오의 집) -  손민아 작가 작품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앙증맞다.  건축물 외부 바닥의 오리엔탈 타일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한다.

 

11번 사랑의 집 (시몬의 집) -강영민 작가 작품

문이 없이 바다로 열린 공간을 바람과 파도소리와 넉넉한 바다 풍경이 채운다. 치유의 공간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12번 유다의 집으로 가는 해안길

 

무인도인 딴섬에 세워진 12번 지혜의 집 (가롯 유다의 집0 - 손민아 작가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고딕양식의 첨탑과 기와를 올린 지붕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앞에는 나선형으로 쌓아올린 벽돌종루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열두 번 종을 치면 12km의 순례길을 무사히 마무리했음을 알리게 된다고. 종탑 모양이 특이하다. 수직 형태가 아닌 뒤틀린 모양새다. 종탑처럼 뒤틀리고 꼬인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딴섬 건너가는 길은 노둣길이 아닌 자연상태의 모래갯벌이다. 밀물 때는 물이 차서 건너갈 수 없가 없다. 가롯 유다는 예수님의 12제자 중 하나였지만 마지막에 예수님을 배반하고, 그 죄책감으로 자살하였다. 가롯 유다의 집이 딴섬(끝섬)에 세워진 건 그를 무인도에 유배시키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유다의 집 주변에서 잠시 바다와의 시간을 가져본다.  개펄에 대나무를 세워서 김을 키우는 지주식 김 양식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12번 가롯 유다의 집에서 10번 유다 타대오집까지 되돌아 나와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으로 향한다.

작은 야고보의 집으로 가는 해안길의 앙증맞은 조형물이 길손을 맞는다.

 

9번 소원의 집 (작은 야고보의 집) - 장미셀, 파코 프랑스 스페인 작가

유럽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어부의 기도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오두막처럼 자그마한 내부로 들어서면 푸른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소악도 교회가 나타난다.  섬마을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의 눈물겨운 사랑과 헌신의 삶이 있었기에, 오늘날 신안군은 전국에서 교회가 제일 많이 세워진 곳이 되었단다.

 

마늘밭 옆길을 걸어가는 한적한 어촌, 해안가를 따라가는 순례길, 물이 빠진 노둣길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8번 기쁨의 집 (마태오의 집) - 김윤환 작가 

러시아 정교회 모습을 닮았지만, 섬 특산품인 양파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밀물 때 노둣길이 바닷물에 잠기면 교회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단다.

 

바닷가에 자리한 소기점도의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힘을 내어 출발!!!

 

7번 인영의 집 (토마스의 집) - 김강 작가

언덕을 배경으로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건물이 노란 유채꽃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토마스의 집을 순례하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나와 바르톨로메오 집으로 가는 증에 만난 돌인간(?)의 모습

 

저수지 한가운데 세워진 6번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의 집) - 장미셀, 알룩 프랑스 작가

호수 위의 건축물로 물 위에 꽃 한송이처럼 떠 있다. 색유리와 스틸의 앙상블로 물에 비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5번 행복의 집 (필립의 집) - 장미셀 후비오, 부루노, 파코 프랑스 스페인 작가

프랑스 남부 툴루즈 지방에서 온 장 미셀 후비오와 파코 작가가 만든 필립의 집은 고향의 붉은 벽돌과 섬에서 채취한 자갈로 교회를 세웠다. 섬 사람이 사용했던 돌절구는 둥근 창문이 됐고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얹은 지붕은 뾰족한 첨탑형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전통적인 나무배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 구조도 특이하다. 이곳에서 노둣길과 바다를 바라보면 계절과 시간, 물때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4번 생명 평화의 집 (요한의 집) - 박영균 작가

첨성대를 닮았다. 건물 안팎에 생명ㆍ평화를 염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타일아트로 채워져 있다. 세로로 길게 열린 바람 창 너머로 소박한 들판과 무덤 하나가 보인다.

 

요한의 집을 순례 후 역방향으로 길을 돌아 야고보의 집을 찾아갔다.

 

3번 그리움의 집 (야고보의 집) - 김강 작가

논길을 따라 걷다보면 숲 입구에 보이는 붉은 기와의 작은 건축물이 나타난다. 나무 기둥이 양쪽에 세워져 있어 안정감이 돋보인다.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집중력을 높이는 것 같다.

 

 

오늘 점심식사를 하게 될 대기점도의 병풍리 마을. 노란 유채꽃과 붉은 색 지붕이 어울려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병풍리 마을에 있는 2번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의 집) - 이원석 작가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에는 양파 모양의 지붕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이곳 성소가 고양이를 상징물로 택한 이유가 있단다. 30여 년 전, 마을이 들쥐로 인해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자 쥐를 퇴치하기 위해 고양이를 섬으로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양파 모양의 지붕은 섬사람 대부분이 양파를 재배한다는 데 착안해서 건축물로 형상화했다.

 

11:50경에 도착한 안드레아 집.  옆에 있는 정자에 앉아 4시간 20여분간 수고한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점심식사를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안드레아의 집과 정자 너머로 병풍도가 보인다.

 

점심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오늘의 마지막 베드로의 집으로 갔다. 베드로의 집은 선착장 끝부분에 위치해 있다.

 

1번 건강의 집 (베드로의 집) - 김윤환 작가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하는 희고 파란 작은 예배당. 12사도 순례길의 시작점이기도 한 베드로의 집에는 ‘건강의 집’이란 이름이 붙었다. 예배당은 눈부시게 맑고 밝다. 예배당 내부 또한 특별한 장식 없이 깨끗하고 간결하다.

 

15:00에 베드로의 집이 있는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송공항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 밑을 통과하게 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섬티아고 순례가 끝났다.

몇년 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었던 여행지를 드디어 만났다.

12km의 순례길을 걷는 것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지만, 구름이 하늘을 덮어 덕분에 힘이 덜 들은 것 같다.

멋진 주제로 5개의 섬을 가꾼 신안군의 관계자들과 참여한 작가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서울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송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중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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