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 고흥군 여행 4일차
오늘은 고흥군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 질러 소록도와 연홍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소록도를 찾아가는 도중에 잠시 방문한 오마 간척 한센인 추모공원 입구
오마도(五馬島)는 고흥군 도덕면에 있는 섬이였으나 간척공사로 육지가 되었다.
반듯하게 잘 정리된 330만평의 농경지는 이곳이 바다였었다는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무인도였던 고발도, 분매도, 오마도, 오동도, 만재도 등 다섯개의 섬을 형상화 한 오마상
오마간척지는1962년부터 3년 동안 풍양반도에서 봉암반도까지 2km가 넘는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이다.
한센인의 정착촌을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에, 소록도를 떠나 육지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한센인들이 간척사업에 참여하였다.
한센병 음성환자 2,000여명에게 지급된 장비는 삽과 손수레로
인근의 산에서 캔 흙과 바위를 실어 바다에 부으면서 공사를 했다.
그러나 물막이 공사가 끝났을 무렵 정부는 주민들의 민원때문에 한센인들을 모두 내쫓았다.
스스로의 손으로 정착촌을 만들어 살고자 했던 한센인들의 희망은 무너지게 되었다.
당시의 한센인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오마도 방조제 제방 끝에 추모공원을 세웠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소록도 안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일반인 차량은 출입 통제한다.
소록도는 고흥 10경 중 제 2경.
오른쪽으로 파도소리가 들린다.
저 멀리 한센인 정착촌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립소록도병원은 1916년 일본 총독부에 의해 개원되었다.
1945년 해방을 맞아 원생들은 자치권을 요구했으나, 대표자 84명이 처참하게 학살을 당했다. (1945.8.22)
참사 56년만인 2001년 12월에 매몰된 현장에서 유골발굴 작업을 했다.
2002년 8월 22일에 학살당했던 현장에 '애한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국립소록도 병원
병원주변의 시멘트 축대에는 한센인들의 삶의 흔적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소록도 안의 이정표
1935년 세워진 감금실은 붉은 벽돌과 육중한 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무소와 유사한 구조이다.
한센병 환자들은 이곳에서 감금(監禁), 감식(減食), 금식(禁食), 체벌(體罰) 등의 징벌을 받아야 했고,
강제 노역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제 말기에는 부당한 처우와 박해에 항거하던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었으며,
출감 시에는 정관 절제를 당했다고 한다.
1935년 세워진 이 건물은 검시실 또는 해부실로 사용되었다.
모든 사망자는 이곳에서 사망원인에 대한 해부절차를 마친 뒤
섬 내 화장장에서 화장 후 납골당에 유골로 안치되었다.
소록도의 역사적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소록도자료관
소록도 중앙공원은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연 6만여명의 환자들이강제 동원되어 6천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환자들이 직접 가꾸어 놓은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중앙공원 중심부에 있는 구나탑(救癩塔). 한센병으로부터 구한다는 의미의 탑
인조잔디구장이 한센인의 마음과 달리 평화로워 보인다.
송림 사이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붉은 색 벽돌 건물들이 이어져 있다.
한센병박물관
소록도에서 바라본 소록대교의 모습
소록도 2번지(병원과 중앙공원과 환우들이 사는 지역)을 벗어나
소록도 1번지(소록도 국립중앙병원에 근무하는 일반인들과 그 가족을 위한 지역)로 들어서니
마리안느 마가렛길이 나타난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1960년대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보기 위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소록도에 들어와 2005년까지 43년 동안을 한센인을 돌보는 자원봉사의 삶을 살았다.
2005년 11월 늙고 병든 몸으로 더 이상 봉사할 수 없게 되자, 편지 한통을 남기고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머물던 집 (등록문화재 제 660호)
소록도 1번지 성당을 찾아가는 길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아름다운 성당이 나타난다.
소록도 성당 안의 십자가의 길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소록도 방문기념 십자고상
레지오 마리애 수호성인이신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 마리아(1673-1716)
성인의 주변에 묵주알이 세워져 있다.
뒤편에서 본 소록도 1번지(직원) 성당 전경
2005년에 봉헌된 승리의 성모상
한센병은 그 자체로 자포자기의 유혹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아픔에 절망하지 않고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이들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구원의 길을 따라간 소록도 신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승리의 성모상을 봉헌하였다.
11월 말에도 장미꽃이 피어있는 소록도 아기사슴 성당(1번지 성당)
아름다운 성당 안의 모습
스테인드글라스 '하느님의 눈물'이 제대를 비추고 있다.
소록도 1번지 성당 압시데(성당 정면 반원)는 세계 최초의 돔 스테인드글라스로 형성되었다.
총 21조각의 유리가 좌우 균형을 맞추어 원을 그리고 있다.
소록도 성당 사무장님께서 멀리서 온 우리에게 아기사슴 성당 마스코트를 선물로 주었다. Thank you!!
오늘 소록도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학생시절부터 소록도와 한센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보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많다.
그들의 어려웠던 삶에 감히 뭐라고 할 말이 있는가?
마음 한 구석에서 그들에 대한 미안함을 하느님께 기도로 대신해 본다.
소록도 아기사슴 성당!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이런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은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다.
물론 하느님은 외양간과 같은 곳에서도 우리를 감싸주시는 분이지만,
성당의 아름다움에 인간들의 신심이 절로 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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