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3년 10월 6일(금) - 남파랑길 5차 여행 제 4일차 (오늘의 걸음 수 : 7,892보)
어제 병원에 다녀 온 덕분인지 밤새 발의 통증을 느끼지 않고 잠을 잘 잤다. 통증과 붓기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제에 비하면 발이 훨씬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러나 아직 걸음이 부자연스럽다. 오늘도 객지에 와서 숙소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무리이지만 남파랑길 트래킹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아내가 준비해 준 맛있는 아침을 먹고 10:05에 고현버스터미널에서 67-1번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어제 오후 아내가 환자(?)인 나를 데리고 남파랑길에 도전하는 것이 무리라 생각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남파랑길 22코스에 도전하는 방법을 탐색했다. 더군다나 남파랑길 22코스는 별 넷으로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다. 67-1번 버스를 이용해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옆을 지나 역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덕분에(?) 긴 산길을 포기하고 망치몽돌 해변까지 버스로 접근. 망치몽돌 해변부터 구조라 해수욕장까지는 버스노선과 남파랑길 22코스가 동일하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창밖으로 촬영한 망치몽돌 해변 입구와 팬션이 이어지는 주변 경치
구조라해수욕장에서 67-1 버스에서 하차하여, 남파랑길 22코스 나머지 부분을 걷기로 했다.
구조라 해변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완만하여 여름철 해수욕하기에 적당하다. 1km정도의 긴 모래사장과 주변 관광 시설은 여름에 꽤나 많은 피서객들로 붐볐을 것 같다.
해수욕장 앞 바다의 윤돌도는 화강암(길이 250m, 폭 150m)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식애와 해식동이 발달되어 있다.
구조라해수욕장 끝부분에서 몽돌로 포장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구조라마을은 바람이 잦아서 겨울에 불어오는 샛바람을 피하기 위해 방풍림으로 신우대를 심었다고 한다. 이곳이 샛바람 소리길의 시작부분이다.
샛바람소리길엔 있는 정원에는 야생화, 팜파스 그라스(서양 억새?), 정자나무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구조라 해변의 모습 또한 멋지다.
팜파스 그라스(서양 억새?)
구조라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야자 매트로 정리를 잘 해 놓았다. 올라가는 길에서도 구조라 마을의 모습이 조망된다.
구조라성을 오르는 가파른 돌길을 두발과 두 손으로 올라갔지만 시치미 떼고 만세!!!(ㅋㅋㅋ)
1470년경에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구조라성. 근래에 복구작업이 이루어져 그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수정산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드디어 수정산정상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가 양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정산은 수정석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전망대 왼쪽으로는 구조라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모습이 조망된다.
무료 망원경으로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고 있는 아내
수정산 전망대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한 후 들어선 하산길은 좁고 가파른 돌계단의 연속이다. 발이 불편한 나로서는 이런 내리막길은 참 힘들고 위험하다. 경사가 급하거나 낭떠러지가 보이는 구간에서는 네발로 기어내려왔다.
하산 중에 거꾸로 올라오던 사람 왈 '경사가 급하고 위험하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 충고의 말을 전한다. 그렇다고 다시 산을 오를 수는 없지 않은가? 욕심 부리지 말고 아주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가야지.
무사히 내려가기 위해 온 힘과 정신을 쏟는 중에도 어쩌다 보이는 시원한 바다 풍경이 힘을 북돋워준다.
수정산 샛바람 소리길은 남파랑길, 해안거님길, 수정산 탐방로가 복잡하게 엉켜있다.
이제 손잡이가 있는 계단길만 내려가면 해안가 길로 접어들게 된다. 500m도 채 안되는 하산길이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고 힘들까?
드디어 고난의 시간이 끝났다. 오늘 걸음 수는 7,800여보 뿐이 안 되지만, 수정산을 내려오는 길은 정말 힘들고 길게 느껴졌다. 몸의 균형을 잃을 정도로 힘든 하산길 이었다. 앞뒤에서 밀거나 당겨주는 아내의 응원 덕분에 무사히 내려온 것 같다. 아내에게 무거운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조위(바닷물의 높이)를 측정하는 조위관측소 주변에서 물고기를 낚는 이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다.
구조라항으로 가는 길 주변의 모습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목표지점. 남파랑길 22코스 필수 경유 7코스 중에 산 속의 2개 코스를 제외한 5개 코스를 통과했다. 초반 산길을 버스를 타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으나, 만약에 그곳까지 걸었다면 아마도 산속 실종자가 됐을 것이다. 아내의 현명한 판단과 치밀한 계획 덕분에 마칠 수 있었다.
구조라항 근처에서 오후 2:30경에 돼지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4시가 넘어 버스를 타고 고현터미널로 돌아왔다.
숙소롤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밖에 나가기도 귀찮아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발이 불편한 상태에서 나선 남파랑길 트래킹.
병원에 다녀온 덕분에, 볼이 넓은 트래킹화를 새로 산 덕분에, 아내의 나를 위한 배려와 철저한 계획 덕분에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 같다. 내가 블로그를 정리하는 중에도 아내는 내일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탐색을 하고 있다.
내일도 아내의 배려와 좀 더 나아지는 발상태로 제일 힘들다는 난이도 별 다섯개의 남파랑길 23코스를 무사히 마치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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