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수) - 성지 순례 여행 5일차(마지막 날)

서울 아파트에서 아침을 맞았다.

점심 무렵 가평에 계시는 아버님을 찾아뵙고 오후 3시가 넘어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의 풍수원 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문은 굳게 닫혀 출입 불가능, 더군다나 '실내 촬영 금지'라고 안내되어 있다. 큰 맘 먹고 멀리서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마음도 헤아려 주는 배려가 아쉽게 느껴졌다.

40대 때 명일동 성당 교우들과 성지 순례를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머리에 떠오른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경기도 용인에서 신태보(베드로)를 중심으로 하여 40여명의 신자들이 팔일 동안 피난처를 찾아 헤매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앙촌인 풍수원이다. 이 곳 풍수원에서 80여 년동안 신자들은 성직자 없이 신앙생활을 영위해오다가 1888년 프랑스 성직자 르메르 이 신부님을 맞이하여 정식으로 교회가 설립케 되었다.

 

한국에서 네 번째로 설립된 풍수원 성당은 한국인 신부(정규하 아우구스티노)가 지은 최초의 성당으로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구워 건립한 유서 깊은 절충식 고딕 건축물이다. 성전은 강원도 지방 유형 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어 있다.

1920년 이래 계속되고 있는 풍수원 성당 성체 현양 대회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거행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1,500여 명이 넘는 신도들이 찾아온다.

 

에수 성심상을 지나 왼쪽 산 위로 십자가의 길이 이어진다.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곳에 풍수원 본당 성직자 묘역이 있다. 이 곳에는 정규하(아우구스티노), 김학용(시몬), 방영석(요셉) 신부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

 

묘역 옆 넓은 산정상에는 산상 제대가 마련되어 있다.

 

성당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니 성체 현양 대회가 열리는 성체 광장이 나타난다.

 

옛날 한양에서 강원도로 가는 길에 말을 세워놓고 하룻밤을 자고 가는 원(院) 터인데 물이 많이 흐른다 하여 풍수원(豊水院)이라 하였다고 한다.

 

명동 성당을 지은 진베드루를 비롯한 세 명의 중국인 기술자가 풍수원 성당을 짓기 위해 성당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가마터를 만들었다.

 

유물전시관 옥상의 항아리도 멋진 성지 조형물의 한 부분이 되었다.

 

횡성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물전시관 입장료는 일반인 기준 2,000원.

횡성군 2,000원 관광 상품권으로 되돌려 주니 무료인 셈인가?

 

현재 풍수원 성당 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사제관은 2005년에 대한민국 등록 문화재 제163호로 지정되었다.

 

풍수원 성당을 건립한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흉상

 

최근에 복원된 초가 성당

 

성당을 돌아보고 운동장으로 내려오니 이곳 신자들이 정성껏 가꾼 농작물을 무인 판매하고 있다. 물건값을 유물전시관에서 받은 횡성 관광 상품권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 운동장 옆의 카페에서도 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단다.

 

풍수원 성당은 사제가 30명 이상 탄생한 성당으로 타본당 신자들이 단체로 성지 순례를 자주 오는 곳이다.

10여년 서울과 홍천을 오가면서 한번쯤은 방향을 돌려 가 볼 수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발걸음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던 곳이 오히려 더 멀어진 것 같다.

 

풍수원 성당을 마지막으로 4박 5일의 성지 순례가 끝났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강릉으로 돌아왔다

자동차 계기판을 보니 닷새 동안 1,550km의 길을 달렸다. 아내와 함께 전라남도 목포까지 정말 먼 길을 돌아 왔다.

 

아내의 철저한 순례 계획 덕분에 예정했던 성지를 모두 둘러보았다. 이제는 경기도 지역의 성지 30 여곳만 순례하면 전국의 167곳의 성지 순례를 마감하게 된다. 내년 전반기까지는 마칠 수 있겠지.

 

이번 성지 순례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돌봐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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