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화)
여산 성지를 나와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익산시 나바위 성지
나바위 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입국하여 첫발을 디딘 축복의 땅이다.
1845년 8월 상해를 출발하여 제주도 용수포를 거쳐 10월 12일 밤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 등과 함께 황산포 나바위 화산 언저리에 도착하였다.
나바위성당은 1897년 본당을 설립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베르모렐 신부가 1906년 신축공사를 시작하여 1907년 완공하였다.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아넬 신부가 설계하였고 중국인들이 공사를 맡았으며 건축양식은 한국인 정서에 맞게 한옥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그후 1916-1917년에 흙벽은 서양식 벽돌로, 성당 입구는 고딕식 벽돌조로 종탑을 세웠으며, 외부 마루는 회랑으로 바꿨다. 건축양식이 특이하여 국가 지정 문화재 사적 제318호로 지정되었다.
성당 내부를 전통 관습에 따라 칸막이로 나눠 남녀 자리를 구분하였다고 한다.
치유의 경당은 1956년에 건축되어 당시 진료소와 성당의 강당으로 사용되었다. 성 바오로회 수녀님들에 의해 운영되었던 진료소는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복음을 전파하는 역할도 했다. 훗날 1층은 개인 피정장소로, 2층은 본당의 강당으로 사용되었고, 2016년에 2층 강당을 수리하여 '치유의 경당'으로 새로 나게 되었다.
치유의 경당 입구에는 사형선고를 받고 기둥에 묶인 예수님 모습의 성화를 성상으로 만든 조형물이 있다.
구세주 예수님, 당신 수난의 공로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병고를 낫게 하시고 상처받은 영혼에 치유를 허락하소서.
1917년 건립된 사제관은 2019년 나바위 성지 역사관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따온 사진)
김대건 신부 일행이 타고 온 범선 '라파엘 호' 모형도 전시되어 있다.
성당 뒤편에 있는 김대건 신부 석상을 지나 올라가면 망금정과 김대건 순교기념비가 있다.
나바위 성지는 화산 성당이라고 불리었는데, 화산(華山)은 우암 송시열이 인근 산세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성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탑은 1955년 김대건 신부 나바위 상륙 110주년과 함께 시복 30주년, 성당 건축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기념탑이다. 이 기념탑은 나바위 본당 일심회 회원들이 화산 서쪽 기슭에 있던 큰 암석을 깨어 목도로 옮겨 화산 정상에 있는 반석 위에 세웠다.
망금정은 금강 황산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화산의 끝자락의 너른 바위 위에 있다. 예전에는 망금정 아래까지 금강 물이 넘실거렸으나, 1925년 일본인들이 이 일대를 간척하면서 금강 줄기가 바뀌어 지금은 비닐하우스가 뒤덮힌 평야로 바뀌었다.
화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나바위 본당 2대 주임 소세 신부의 무덤이 있다.
성모동산에서 망금정으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
성모 동산에 평화의 성모님이 계시다.
이 자리는 전라북도 삼대 명당자리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초대 주임 요셉 베르모렐 신부가 본당을 설립하고, 성당을 짓기 위해 준비하던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화산에 자리잡고 있는 암자와 그곳에 계신 스님이었다. 암자가 있는 상태로 성당을 지을 수는 없어, 고민 끝에 하루는 스님을 찾아가 성당을 지으려는 뜻을 밝히고 이곳에서 나가 주기를 정중히 부탁하였다. 그러나 스님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고 쫓겨 나와 하루하루를 기도로 보내셨다.
그렇게 두세달이 지난 어느 날, 스님이 바랑을 짊어지고 신부님을 찾아와서 하시는 말씀이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나니 이 화산과 암자는 신부님 마음대로 하십시요."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일에 놀란 신부는어떻게 되었는지 수소문 끝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신부가 스님을 찾아간 그 다음날부터 스님의 꿈에 매일같이 웬 여인이 나타나서 '이 자리는 내 자리이니 빨리 나가라.'하였다는 것이다.
이 일을 기념하기 위해 1960년대에 성모님을 그 자리에 모셨다.
뒷쪽에서 본 나바위 성당
피정의 집을 지나 산을 뒤로 돌아가니 김대건 신부가 착지한 십자바위가 나타난다.
김대건 신부 일행이 타고 온 범선 '라파엘 호'는 관헌들에게 발각될 우려가 있어서 파쇄하여 침수시켰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곳에는 금강이 흐르고 고기잡이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뱃길이 이어져 있었다.
전주에 사는 친구가 전부터 꼭 가보라고 추천했던 익산 나바위 성당
우암 송시열이 주위 산세를 보고 화산(華山)이라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나바위 성당은 가을에 오면 더욱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싹이 돋는 봄부터 단풍이 드는 가을까지 계절별로 옷을 갈아 입으며 아름다운 변화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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